북한 문제에 정통한 정부의 한 소식통은 “장 부위원장 측근을 한국 측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호 장소는 대사관이 아니라 중국 내에 있는 안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노동당 행정부에서 장 부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인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9월말쯤 국방위 서기실과 국가안전보위부 등이 장 부위원장 및 행정부 인사들에 대한 숙청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협을 느껴 망명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미·중 3국 모두 이 측근의 망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 부위원장 실각 사태의 진상과 향후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중국이 우리 측에 이 측근을 데리고 있는 것까지는 용인하지만 중국 밖으로는 절대로 못나가게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제3국을 통해 한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요원이 한 때 중국 공안당국에 억류되기도 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이 이 측근에 대한 한국행을 강력 거부함에 따라 미국이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다음날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양국 회담의 상당한 시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최근 며칠간 나왔던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북한의 내부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장 부위원장 측근의 망명 시기가 9월말쯤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장 부위원장 제거 작업이 두 달 가량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장 부위원장 측근의 숙청 시기에 대해 “9월 중·하순경이 맞다”고 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