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서 다져지는 ‘임영철호’ 핸드볼 팀워크

밥상에서 다져지는 ‘임영철호’ 핸드볼 팀워크

기사승인 2013-12-06 23:52:00
[쿠키 스포츠] 임영철(53)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6일(이하 현지시간) 점심을 먹다 말고 투덜거렸다. “누가 밥을 이렇게 했어?” 밥은 물을 덜 넣고 지어 찰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바로 이렇게 말했다. “밥은 못 해도 돼! 핸드볼만 잘하면 돼!”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해외 대회에 출전하면 항상 쌀과 국거리 그리고 밑반찬을 준비한다.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6일 세르비아에서 개막한 제21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팔켄스타이너 호텔 식당에서 선수들은 돌아가며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그런데 이날 이효진(19·경남)이 밥 당번이었는데 그만 된밥을 짓고 만 것.

호텔 식당에선 한국을 비롯해 대회 A조에 묶인 몬테네그로, 네덜란드, 콩고민주공화국, 프랑스,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이 함께 식사를 한다. 한국과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식사 풍경은 다르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한국처럼 밥, 국, 멸치볶음, 김, 된장, 쥐치포볶음 등 별도의 자국 음식을 준비하지 않는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뷔페식인 식사를 하고는 바로 식당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은 정성스럽게 한국 음식을 준비해 함께 오순도순 천천히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백상서 한체대 여자 핸드볼팀 감독 겸 대표팀 자문은 6일 선수단에 합류하며 한국에서 김치를 두 박스 공수해 왔다.

이날 식사가 끝날 무렵 디저트용 과일이 떨어져 가자 옆 테이블의 네덜란드 선수가 재빨리 한 접시 수북이 담아 갔다. 그러자 임 감독이 선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도 빨리 가서 갖다 먹어. 뭐든지 1등 해야 돼!” ‘임영철호’의 팀워크는 밥상에서 더욱 단단하게 다져진다.

베오그라드(세르비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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