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과학] 서른살의 무명 일본 여성 과학자가 개발한 ‘제3의 만능세포’를 놓고 전 세계 과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과학계는 잘 만하면 수백 년의 생물세포학 역사를 한 순간에 뒤집을 수도 있다며 가히 충격적인 연구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주인공은 일본 고베(神戶) 소재의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사진) 연구주임.
영국 과학지 네이처는 30일 오보카타 연구주임 등이 개발한 만능세포 ‘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자극야기성 다성능획득) 세포’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이 쥐 실험을 통해 입증한 STAP 세포는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가 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생명과학 상식을 뒤집는 혁신적인 성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TAP 세포는 그동안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받았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 비해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데다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암 발생 우려도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京都)대 교수가 2006년 개발한 iPS는 유전자를 세포 안에 주입해 만들기 때문에 암 발생 위험이 높았다. 지금까지 개발된 또 다른 만능세포인 배아 줄기세포(ES세포)는 수정란을 사용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지적돼 왔다.
STAP 세포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쥐의 비장에서 채취한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를 홍차 정도의 약산성 용액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배양하면 수일 후에 만능세포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이 세포를 쥐의 피하조직에 이식해 실험한 결과 신경, 근육, 장(腸) 세포 등 어떤 조직으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임을 확인했다.
만능세포를 만드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종래의 상식을 뒤엎은 것이다. 외부 자극으로 세포의 역할이 재설정되는 초기화가 식물이 아닌, 동물 세포에서도 가능하다는 점도 증명됐다.
다만 이번 발견이 사람의 세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느냐의 확인 연구가 남아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실리자 “혁명적, 충격적인 연구 성과”라는 절찬이 이어졌다.
STAP세포 개발의 주역인 오보카타 씨는 와세다(早稻田)대 이공학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후 2011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무명의 젊은 여성 과학자로, 작년 봄 네이처에 논문을 투고했다가 한차례 퇴짜를 맞았다. 과거 수백 년의 생물세포학 역사를 우롱하는 논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보카타 씨는 “STAP세포는 반드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기술”이라는 신념하에 방대한 데이터를 보완해 다시 도전, 이번에 네이처 권두논문으로 실렸다는 후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