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현대의 베토벤’으로 불리는 일본의 청각장애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51)가 1996년부터 18년 동안 대리 작곡가를 써왔다고 고백해 일본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무라고치는 5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그간 발표한 곡들은 악곡의 이미지만 제안했을 뿐 다른 사람이 작곡했다”라며 “팬들을 속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실제 작곡가가 누구인지는 “나서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라며 밝히지 않았다.
특히 그의 대표작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 역시 대리 작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피겨스타 다카하시 다이스케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사용할 예정인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도 포함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히로시마 출신인 사무라고치는 1963년 원폭 피해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피아노를 배우던 10세부터 작곡을 했다. 17세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청각장애가 날로 악화돼 37세에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러나 절대 음감과 손으로 느끼는 진동에 의존해 작곡을 계속했다고 알려졌으며 ‘레지던트 이블’을 비롯한 비디오 게임 삽입곡을 작곡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를 발표하면서 현대의 베토벤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비핵화의 희망을 담은 이 곡은 2011년 레코드의 음반으로 발매돼 2년간 20만장, CD로는 10만장이 넘게 판매됐다. 지난해에는 오리콘 종합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사기극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7)은 지난해 가을 일본 도쿄와 요콰마, 나고야 등지를 돌며 사무라고치의 피아노 소나타 제1번과 2번을 세계 초연했다. 지난해 9월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홀을 시작으로 펼친 현지 3차례 공연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피아노소나타 제2번은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진혼곡이다.
NHK는 ‘NHK 스페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동안 사무라고치 씨를 크게 부각해 소개한 데 대해 이날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사무라고치의 CD와 DVD를 판매한 음반 제작사 일본 콜롬비아는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그간 그가 직접 작곡을 해왔다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