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이후, 한 대학병원의 5원 약값 낙찰 논란
[쿠키 건강] 약을 싸게 사는 병원에 정부가 예산으로 차액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2월 1월부터 재시행된 가운데 제약회사와 정부뿐 아니라, 병원과 제약업계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한 대학병원에서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질환에 쓰이는 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약값을 5원에 처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6일 국민일보 쿠키뉴스가 단독 입수한 원광대학교병원의 ‘시장형실거래가 관련 약품목록 변경안내’ 공문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2월 1일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 질환에 대한 30품목의 의약품을 목록에서 삭제하고, 신규품목을 18품목을 등록했다.
실제 원광대병원은 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정제약값을 5원에 처리하고 이를 제약업체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원은 5원 이상인 의약품은 5원 이하의 약품으로 대체해 품목코드에 등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원광대병원 의약품 처방 코드에 등재된 약을 살펴보면 노바티스 고혈압치료제 ‘디오반’의 대체약품으로 중외제약의 ‘발사렉트’가 등록됐다. 한국MSD의 고혈압치료제 ‘코자정’이 한미약품의 ‘오잘탄’으로, 노바티스의 고혈압치료제 ‘엑스포지’가 동아약품의 ‘오로살탄’으로 대체됐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미카르디정’이 종근당의 ‘텔미트렌드정’으로 대체약품에 등록됐다.
삭제된 품목의 상당수는 오리지널의약품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의 제품들이다. 병원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의약품을 의약품 코드 목록에서 삭제하고 저렴한 제너릭(복제약) 또는 5원 이하로 가격협상을 본 의약품을 대체약품으로 등록했다.
문제는 의약품의 모든 가격이 5원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모든 약값은 5원이냐”며 “정부가 병원에 저가구매 의약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폐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악업계의 한 인사는 “시장형실거래가는 제약회사가 철저히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제도”라며 “병원은 수퍼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의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지난 5일 “시장형 실거래가제로 인한 병원과 제약사 간 거래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및 ‘부당한 거래거절행위’에 해당돼 위법 소지가 높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KRPIA는 이번 검토 법률적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KRPIA는 “의료기관이 할인폭을 정해 그 가격수준에 공급할 것을 요구하거나 할인폭을 정하기 위해 가견적을 요구하는 것과 원내 처방 코드에 의약품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의료기관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며 “이는 제약회사 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조건을 사실상 강요한다는 측면에서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희대병원, 인하대병원, 이대병원, 한양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은 이달부터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도입했다. 아주대병원 또한 3월 재계약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이 시장형실거래가 이후 의약품 변경사항을 발표할 경우 상당수의 제약사들이 불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