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볼슬레이팀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마지막 경주에서 썰매가 고장 나 어깨에 메고 결승선을 통과해 전 세계인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눈이 내리지 않아 경기 자체가 불가능한 고국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이들의 사연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를 마지막으로 동계올림픽에 나오지 못하다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자메이카팀은 이번엔 화물을 잃어버렸다. 이들은 자메이카를 출발해 환승을 위해 미국 뉴욕의 JFK공항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기상이 좋지 않아 필라델피아로 기수를 돌리는 사이 예약한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놓쳤다. 힘겹게 JFK공항에 도착해 러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소치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이번엔 아무리 기다려도 경기 장비를 실은 화물이 나오지 않았다.
자메이카팀의 파일럿 윈스턴 와트(47)는 “당장은 아무것도 없는 처지”라며 “썰매, 헬멧, 스파이크, 유니폼 등 모든 것이 JFK공항과 소치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자메이카팀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지만 무슨 수를 써서든 경기에 나서겠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와트는 도착 후 경기가 치러질 산악 클러스터의 산키 슬라이딩 센터 코스를 점검하면서 “다른 팀의 장비를 빌려서라도 예정대로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 자동차 업체 BMW 등이 제작에 나서는 최첨단 과학의 산물인 봅슬레이를 선뜻 빌려 줄 국가가 있을지 의문이다.
자메이카팀은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도 소치까지 이동과 장비 구매에 필요한 8만 달러(약 8600만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여러 기업은 후원에 나섰고, 이들은 마침내 소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난관을 헤치고 올림픽에 나선 자메이카팀이 과연 ‘쿨러닝’의 감동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