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아부다비서 온 거대결장증 앓는 12세 소녀, 한국서 희망 찾다

중동 아부다비서 온 거대결장증 앓는 12세 소녀, 한국서 희망 찾다

기사승인 2014-02-06 15:15:00

[쿠키 건강]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한국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온 선천성 거대결장증 환자 모자 오마르 알쉐히(12·여)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찾아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팀(이명덕 장혜경 김신영 교수팀)은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온 선천성 거대결장증 환아 모자 오마르 알쉐히에게 복강경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6일 밝혔다.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5만 명 중 1명 정도 발생하는 질환으로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배변이 이뤄지려면 창자의 연동운동이 필수적이나, 선천적으로 이를 담당하는 신경절이 항문관-큰 창자에 없어 대변이 큰 창자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신경절이 있는 상부 창자에 변이 모여 늘어나고 비대해져 장폐쇄증을 일으킨다.

지난 2001년 아부다비에서 태어난 모자는 생후 선천성 거대결장증으로 고통을 받던 중 2004년 인도 봄베이에서 1차 수술을 받았다. 약 2년간은 제대로 배변 했으나 다시 통변이 불가능해지고 관장과 세척으로 살아왔다. 2008년 본국에서 2차 수술을 받았으나 별다른 차도가 없었고, 변을 참지 못하고 흘리는 변실금까지 발생했다. 기저귀는 모자의 생활 필수품이 되버렸다.

아부다비 보건청은 모자의 완치를 위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소아외과를 개설한 영국 런던 소재의 한 유명 병원으로 의뢰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인재를 키워낸 영국의 자존심이기도 한 이곳에서 총 3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대변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었고 오히려 혈변과 빈혈과 함께 배변 자가능력과 변의기능을 상실해 하루종일 변을 흘리는 실금 상태로 지내게 되었다. 담당 주치의는 “이제 더 이상 개선시킬 방법이 없으니 변실금에 대한 항구적 관장용장루수술 밖엔 답이 없다”고 했다.

결국 보건청은 모자 가족들에게 의료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을 소개했다. 가족들은 평소 대한민국에 관심을 두지 않은 터라 생소한 나라에 가서 치료받는 것이 두려웠지만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지난 1월 3일 입원한 모자는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팀에게 검진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 교수는 검사 결과를 받아 본 순간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다른 나라에서 수 차례 실시한 수술로 항문관은 거의 망가져 10mm 내시경도 깊숙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협착이 심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을 만큼 항문관 주변과 단단히 얼어붙은 상태가 되버렸다. 또 이전 3차례의 수술로 여러 개의 커다란 개복수술창을 볼 때 장기들의 유착이 심해 수술 시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것을 예상했다.

이 교수는 모자의 망가진 항문-직장관을 통째로 새롭게 정리하는 수술 밖에 없다고 판단, 재수술을 계획했다. 또한 횡행결장 후반부부터 이전 수술로 이미 짧아진 결장을 끌어내려야하는데 필요한 처리과정과 이어진 부분의 긴장도 문제를 고려해 이에 대한 대비책도 고려했다.

모자는 지난 1월 22일 수술에 들어갔으며, 장시간으로 예상된 수술 시간은
이 교수의 집도로 6시간 만에 끝났다. 수술 뒤 모자는 회복기간을 거쳤으며 이 기간 동안 다른나라에서 수술 후 발생한 혈변과 변실금 등의 부작용도 없이, 항문감각이 살아나 변의를 느낄 수 있게 됐다. 또한 배변의 자가 조절도 가능해졌다.




환자의 어머니 아스마씨는 “아이가 다른 나라에서 수술을 받았을 때 8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큰 창상을 남기고 개복했었다”며 “한국은 길이 1cm 남짓한 구멍 3개를 이용, 수술 시간도 6시간으로 단축되고 수술 후 바로 안정을 찾은 수준 높은 의술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명덕 교수는 “수술은 정성의 결과이며, 환자에 대한 개별적 판단과 집중이 중요하다”며 “현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환자를 전담 관리하는 국제진료센터의 정성과 노력으로 수술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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