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안현수와 빅토르 안 "안타깝다" vs "금메달 때문에 국적 바꾼 선수 중 하나""

"[소치올림픽] 안현수와 빅토르 안 "안타깝다" vs "금메달 때문에 국적 바꾼 선수 중 하나""

기사승인 2014-02-14 20:51:00
[쿠키 스포츠]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질주하는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로 안)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10일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동메달을 차지할 때 보였던 분노 섞인 안타까움을 표출하는 쪽과 그냥 국제 스포츠계에 빈번해진 선수들의 국적 바꾸기로 보는 시선이다.


전자는 안현수가 실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빙상계 파벌싸움의 희생물이 돼 고국을 떠났다는 동정론의 표현이고, 후자는 자신의 꿈과 이익을 위해 국적을 바꾸는 선수가 많은 현실론을 대변한다. 마치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최근 2명의 캐나다 선수를 특별 귀화시킨 것처럼.

하지만 안현수의 사연이 연일 국내외 언론에 대서특필 되면서 국민감정은 전자쪽으로 더 쏠리는 분위기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안현수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동정론과 자성론에 불을 지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한국 쇼트트랙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안현수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2년 앞두고 당한 무릎 부상과 소속팀 해체로 시련을 겪고 있었다. 안현수는 2008년 1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다 코너에서 미끄러지면서 펜스에 왼쪽 무릎을 심하게 부딪치며 슬개골이 골절됐다. 힘겹게 재활을 마친 안현수는 2009년 4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표선발전에 나섰지만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대표팀 복귀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안현수를 대표팀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국내 무대에서 특혜를 주기는 어려웠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쇼트트랙이 국제무대를 휩쓸면서 매년 새로운 선수가 배출됐다. 국내 선발전만 통과하면 올림픽 메달은 거의 떼놓은 당상이어서 대표 선발전은 어느 종목보다 치열했다. 결국 좁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출신학교와 지도자에 따라 선수들끼리 ‘짬짜미’가 이뤄지고 파벌도 극성을 이뤘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줄 경우 빙상연맹은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안현수는 2010년 대표선발전에 다시 도전했지만 그해 선발전이 9월로 옮겨지면서 또 한 차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해 5월 기초군사훈련을 받기로 했던 안현수로서는 일정이 틀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선발전을 치렀고, 또 다시 하위권으로 밀려 2년 연속 대표팀 복귀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그해 연말 소속팀인 성남시청이 문을 닫으면서 ‘무적 상태’에 빠지게 됐다.

국내 소속팀을 찾지 못한 그가 선수생활을 이어갈 곳은 해외뿐이었다. 먼저 미국을 노크했지만 미국은 시민권 취득이 쉽지 않았고 재정지원도 불투명했다. ‘안현수급’ 강자를 다수 보유한 미국은 안현수를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았다. 이때 손을 내민 곳이 러시아였다. 안현수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쇼트트랙 종목을 집중 육성하려던 러시아 빙상연맹으로부터 2011년 1월 러브콜을 받았다. 든든한 재정지원을 얻어 마음껏 훈련하고 싶었던 안현수는 러시아의 귀화 제안을 수락했지만 러시아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게 된다. ‘빅토르 안’은 그렇게 러시아 대표 선수가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서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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