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칙론 고수
우리 측은 1차 접촉에 이어 2차 접촉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를 북측에 설명했다. 인도주의적 사안과 정치·군사적 문제를 연계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의 확실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연계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 재개에 앞서 “군사훈련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 방해 받거나 이산가족 상봉 때문에 훈련에 지장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상봉행사가 무산돼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의 입장이 분명하다는 점에 수긍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차 접촉에선 북한이 전체회의 시작 직후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치러진다는 점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북한은 금강산관광 회담 재개 및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확대 등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남북관계 청신호
우리 측은 접촉에서 특히 북한이 핵개발 포기 문제 논의 등을 전제로 우리 측의 대규모 지원을 요구해오면 으레 이를 받아들이던 과거 정부의 ‘패키지 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정부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전했다. 실제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는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남한에 핵문제를 논의하자고 하거나 협박을 하면 우리가 지원·원조했던 이전의 남북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우리 정부는 이런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만남도 새로운 남북관계를 모색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고위급 회담이라는 명칭 대신 고위급 접촉으로 이름을 붙였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접촉에서 우리의 요구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은 새로운 남북관계를 북측이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후 각 분야에서 활발한 남북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2차 접촉
13시간30분 가량 걸린 1차 접촉과 달리 이번 접촉은 3시간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끝났다. 양측은 점심도 거른 채 전체회의, 수석대표 접촉, 종료회의를 각 한 번씩 개최했다. 그만큼 1차 접촉에서 탐색전이 끝난 만큼 남북이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속도를 냈다는 의미다. 이후 우리 측 대표단은 남북회담본부로 돌아와 접촉성과를 정리했다. 이 시간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긴급히 남북회담본부로 들어왔다.
청와대는 첫 접촉 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또 당초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1차 접촉에서의 논의 내용과 관련 후속대책 등을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15일로 연기하고 2차 접촉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