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전문 경찰, 평생 노숙인의 친구로…장준기 경위 "원할 때까지 근무""

"노숙인 전문 경찰, 평생 노숙인의 친구로…장준기 경위 "원할 때까지 근무""

기사승인 2014-02-20 22:24:00
[쿠키 사회] “잔류 결정이 났을 때 제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여러 차례 노숙인 관련 자문 요청도 받았지만 노숙인들이 저를 인정해줄 때 가장 보람이 큽니다.”

서울역 인근 노숙인들에게 ‘형님’으로 불리며 14년째 그들과 함께한 경찰관이 전문성을 인정받아 자신이 원할 때까지 해당 지역 근무를 계속하게 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울역 파출소 장준기(56) 경위가 주인공이다. 장 경위는 올해 남대문서 전입 15년차를 맞아 순환근무 대상이 됐지만 최근 열린 서울지방경찰청 인사위원회의 결정으로 본인이 원하는 한 ‘평생’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장 경위가 서울역 파출소 근무를 시작한 건 남대문서 전입 1년 뒤인 지난 2000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서울역 인근 노숙인이 급증한 시기였다. 당시 경찰은 노숙인이 소란을 피우거나 행인을 폭행할 때만 개입했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노숙인들에게 직접 다가가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순찰을 돌며 노숙인들을 깨워주기도 하고 대화도 나눴다. 그에게 친근감을 느낀 노숙인들은 어느새 그를 형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4년째 노숙인들의 형님 노릇을 하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다. 파출소 앞까지 택시를 타고 온 노숙인이 장 경위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 우리 형님”이라고 말해 택시비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폭행 등의 혐의로 수배된 노숙인이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형님에게 붙잡히자”며 장 경위를 찾기도 한다.

그는 매일 아침 인근 쪽방촌과 서울역 광장, 지하철역을 순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자칫 흉기가 될 수 있는 술병 등을 치우거나 집회 현장에서 노숙인을 통제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염전 노예’ 사태가 불거진 뒤에는 관련 피해자가 없는지 더 꼼꼼히 살피고 있다.

허찬 남대문경찰서장은 “노숙인 관리를 장 경위만큼 해낼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며 “본인에게는 고되겠지만 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해 서울경찰청에 순환근무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조성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