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수는 “현행 법률과 정책은 너무 포괄적이고 단기 보호 및 유해환경 노출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또 여러 법령에 관련 규정이 산재돼 있어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지속적인 지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지원 계획까지 갖춰 학교 밖 청소년 대책을 시행하는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도 이처럼 장기적 관점의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학업중단 예방정책의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한 이화여대 교육학과 정제영 교수도 “현재로선 실효성 있는 제도나 정책이 미비한 상태”라며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각종 정보를 연계해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명지대 청소년학과 이은경 교수도 “법 제정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대한 조항을 명시해야 학교 외 다른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잇거나 취업·자립하려고 할 때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매년 6만~7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 학업을 중단한 이들은 상당수가 ‘사회적 낙오자’라는 심리적 부담 탓에 위기 청소년이 될 여지가 크고,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매년 6만여 명의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한다고 가정할 때 근로소득 및 세수입 감소 등으로 1인당 약 1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비행이나 범죄로까지 연결되면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금액으로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치솟는다.
토론회에서는 학업중단 예방과 약 28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국가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강 교수는 “정부 부처나 기관별로 산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청소년 지원 서비스를 단일 기관이 담당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위(Wee)센터나 상담기관, 쉼터, 대안학교, 청소년지원센터, 보호관찰소 등으로 제각각 운영되는 서비스를 통합해 조직적·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정 교수도 “미국은 1986년부터 연방정부 차원에서 ‘국가중퇴예방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며 “중퇴율과 졸업률 관련 통계 관리 외에 대안교육 및 위탁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 센터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국가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 준비나 직업교육·진로상담, 대안학교 정보 등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학교 밖 청소년이 실질적으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학교 안과 밖의 청소년에 대한 관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난 후엔 아무런 정보가 없는 현재로서는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소재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가기관(지원센터)이 이들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법제화 및 기관 설립의 필요성과는 별도로 토론회 참석자들은 모두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학업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사전에 학업중단의 징후나 중단 요인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정 교수는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부는 ‘SMT(Student Mapping Tool)’라는 위기학생 진단 체제를 개발·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양한 자료를 취합하고 교사의 관찰과 판단을 종합해 위기 학생 및 잠재 위기 학생을 판별하는 SMT처럼 우리도 위기학생 진단 도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황인호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