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일정액의 활동비를 받았음을 고백했다. 김씨는 이를 ‘봉급’이라고 표현했다. 김씨가 상당 기간 국정원의 협력자로 일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씨는 “국정원에서 받아야할 금액이 있다”며 2개월치 봉급 600만원과 가짜서류제작비, 수고비 등을 언급했다. 지난해 8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국정원 민간인 조력자들이 댓글 알바를 하며 매달 300만원의 활동비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때문에 ‘국정원 정보원 월급은 300만원이 공정가’라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남북 통일 미루시고 대한민국 먼저 통일하세요”라고 조언했다. 탈북 중국 국적자인 김씨의 눈에도 이념과 지역으로 갈린 우리나라 상황이 딱해 보였던 듯하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국정원 개혁 대신 국정원을 자체를 바꾸라고 희망했다. 그는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이라며 “개혁 보다는 바꾸는 게 좋겠다. 이름을 국민생활보호원, 국보원으로 바꾸고 거기에 맞게 운영하세요”라고 적었다. 국조원은 ‘국가조작원’의 줄임말로 주로 인터넷 상에서 국정원을 비하하며 사용되는 표현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게는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문한 뒤 ‘大公無事(대공무사·공적인 일을 처리할 대 개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라는 사자성어도 적어 넣었다. 또한 유서 곳곳에는 ‘국정원이 주기로 약속한 돈은 깨끗하게 번 돈이 아니다’ ‘국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하라’ ‘이제는 떳떳하게 살 수 없어’ 등 국정원에 대한 배신감과 반감도 드러나 있다.
김씨는 유씨를 간첩으로 확신했다. 그는 노 부장검사 앞으로 보낸 글에서 “유우성은 간첩이 분명합니다. 증거가 없으니 처벌이 불가능하면 추방하세요”라고 적었다. 김씨는 5일 자살을 기도하기 직전 서울 영등포의 한 호텔에서 본인이 소지하고 있던 노트에 큰 글씨로 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유서를 확보하고 있는 검찰은 조만간 가족들에게 돌려 줄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