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짜내 수익 낸 카드사… '일장춘몽' 이후 정말 우울한 2014년

고객 짜내 수익 낸 카드사… '일장춘몽' 이후 정말 우울한 2014년

기사승인 2014-03-09 01:52:02
[쿠키 경제] 고객혜택을 반으로 줄이며 수익을 추구했던 카드사의 운명이 일장춘몽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수익 창출에만 골몰하며 정작 고객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다. 카드 혜택이 대폭 축소된 데다가 신뢰까지 잃으면서 신용카드 발급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억장 아래로 내려갔다.

◇고객 짜내 수익 낸 2013년=지난해 카드사들은 입을 모아 ‘카드사 경영 최악의 해’라고 말했다. 2012년 말 여신전문업법 개정으로 중소가맹점 수수료가 대폭 낮아져 수익이 줄어든다는 이유였다. 당시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새 수수료 적용으로 카드사 수익이 8739억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카드사들은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신용카드 혜택 줄이기에 돌입했다. 하나SK카드의 경우 지난해 대표 카드인 ‘클럽SK’카드의 혜택 축소를 예고한 뒤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이다. 지난 1월까지는 월 주유액 30만원까지 무제한으로 ℓ당 100~150원을 깎아줬지만 현재는 2만2000원의 상한선이 생겼다. KB국민카드는 대표카드인 ‘굿데이카드’의 혜택을 2012년에 줄였고 이후 지난해 ‘혜담카드’와 ‘와이즈’카드의 혜택을 크게 축소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실상은 정 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고객을 쥐어 짜 얻은 돈으로 배를 불렸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6579억원으로 2012년(1조3056억원)보다 3541억원 증가했다. 비율로는 무려 27.1% 늘어난 셈이다.

개별카드사로 봐도 주식매각이익이 줄어든 삼성카드를 제외한 대다수 카드사가 큰 흑자를 기록했다. 국민카드의 순이익은 2012년 179억원에서 지난해 3532억원으로 무려 1873%의 상승률을 보였다. 현대카드(514.1%), 신한카드(38.7%), 비씨카드(11.7%)도 이익상승률이 높았다. 2012년에 적자를 냈던 하나SK카드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카드사의 이익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금감원은 “리볼빙(카드대금 중 일정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되어 자동 연장되는 결제방식) 부분의 대손충당금 비용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손충당금 비용은 2012년보다 8741억원이 감소했다. 여기에 시중금리가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면서 카드사가 돈을 끌어오는 조달비용이 2967억원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손해가 막심하다는 카드사의 말도 엄살로 드러났다.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내려주면서 생긴 수익 감소는 1870억원에 머물렀다. 오히려 모집비용을 줄이면서 2410억원의 이득을 거두면서 지난해 카드부문 수익은 540억원 늘어났다.

◇정말 우울한 2014년=행복한 2013년을 보냈지만 올 해의 분위기는 정 반대다. 최근 들어서는 신용카드 발급량 조차 줄어들고 있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발급량은 지난달 말 현재 약 9900만 장으로 추산된다. 신용카드 발급이 1억장 아래로 내려간 건 금융위기로 내수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2008년(9624만장) 이후 처음이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 신용카드도 지난달 말 3.9장으로 2007년(3.7장) 이후 처음으로 4장 아래로 내려갔다.

발급량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데 있다. 여기에 체크카드 발급이 증가하고 휴면카드가 정리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여신업계에서는 정보유출 사태로 두 달 사이 신용카드가 300만장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본다.

금감원도 올 해 카드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감원은 “올 해 경제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3개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사고와 3개월간 일부 영업정지 등으로 수익성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소비자 단체에서는 카드사가 자초한 일이라는 평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사들이 돈 벌이에만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고객 정보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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