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진실 규명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과 관계없이 방첩 및 보안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내부에선 협조자 김모(61)씨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정원 직원은 “처음 위조 논란이 불거졌을 때 중국 측의 전산이나 행정 착오였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김씨가 문서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씨는 당초 자신이 구한 중국 공문서의 위조 논란이 불거졌을 때 국정원에 “진본임을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믿고 김씨를 검찰에 보낸다는 게 국정원의 해명이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에 건넨 문서가 위조됐다고 진술하면서 국정원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국정원은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법, 위법에 대해선 담당자 문책이 불가피하지만 외부로 그 파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국정원 관계자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듭나는 국정원이 될 것”이라며 “국가 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보안 및 범죄 수사에 진력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북한정보 수집망인 대북 휴민트(HUMINT)가 한층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국정원 내부에서 나온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미 중국 내부에서 우리 인적자원들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뜩이나 부족한 대북 휴민트 자원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모으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