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협 관계자는 13일 “이달부터 북한에 100만 포대 비료 보내기 운동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 100만명이 동참하는 국민 1인당 1계좌 갖기 운동도 함께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화협은 북한에 20㎏짜리 복합비료 100만 포대를 보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1포대 가격은 1만2000원으로 목표 모금액은 120억원이다. 민화협은 당초 이날 북한 100만 포대 비료 보내기 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연기했다. 민화협 관계자는 “일정상 무리가 있어서 행사를 연기한 것”이라며 “비료 보내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방침 자체에 이상이 생긴 것은 전혀 아니다. 행사도 다시 일정이 잡히는 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당한 규모의 대북 비료지원이 성사되면 5·24조치 이후 크게 제한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
5·24조치 이후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을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 목적으로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쌀·옥수수 같은 식량과 이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비료의 대북 지원은 장기간 중단된 상태다. 비료는 2007년 30만t을 끝으로 7년 동안 지원되지 않았다.
따라서 민화협의 움직임은 5·24조치 완화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이후 정부의 북한판 새마을운동 지원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 향상을 위한 농·축산 협력을 추진하고 다방면의 비정치 분야 교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비료 보내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인물이 친박(친박근혜) 원로인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라는 점에서 정부를 넘어 청와대와도 교감이 있지 않느냐는 전망이다. 홍 의장은 지난 6일 민화협 정기대의원회 대회사에서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질 것”이라며 “북측 민화협과 실무협의를 통해 남북이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6·15공동선언 기념행사 공동 개최는 그동안 북한이 우리 측에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으로 정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껄끄러운 6·15공동행사 개최나 비료 지원을 민간단체인 민화협이 대신해 남북 교류 물꼬를 틀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도 민화협의 움직임에 유화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민화협이 구체적인 신청을 하면 그때 검토를 하게 될 것”이라며 “5·24조치가 비료라는 품목 자체의 대북 지원을 금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5·24조치로 대북 지원이 제한된 품복 중 비료는 제외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