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각각 오는 22일과 18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관련 행사는 전혀 잡지 않았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지난 1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관리능력과 사후대처 능력에서 부족한 모습으로 대중의 비난만 샀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터진 사태는 ‘관치 논란’이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일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영록 KB금융그룹 사장(현 KB금융 회장)은 외부인사라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임 회장은 신 위원장의 행정고시 4년 선배다. 이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BS금융지주 이장호 당시 회장에게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퇴진을 요구하면서 관치는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됐다.
관치논란이 잠잠해진 지난해 9월 말에는 동양그룹 3개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 결과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샀던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여기서도 금융당국의 관리 허점이 드러났다. 특히 금융위가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고시하면서 시행시기를 당초보다 3개월 늦춰 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셌다. 증권사가 투기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개인투자자에게 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이 개정안이 제 때 개정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최대은행인 KB국민은행의 비리문제도 문제가 됐다. 국민은행 본점 차장이 국민주택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으로 90억원을 횡령하고, 도쿄지점에서는 부당대출로 400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런 상황에서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서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금감원이 보안 실태를 점검했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2차유출 피해는 없다”고 자신하던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의 말이 허언으로 드러나면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금융당국 수장의 1년에 대한 대외적 평가는 냉혹하다. 오히려 자리를 내려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금융소비자원은 최근 논평에서 “2차유출 발표는 금융당국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였는가를 보여준 것”이라며 “책임 당사자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금융당국 수장의 안이한 인식과 무능한 대응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