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프로축구 개인연봉 공개의 명과 암… '강행' 연맹 vs '반발' 구단

[기획] 프로축구 개인연봉 공개의 명과 암… '강행' 연맹 vs '반발' 구단

기사승인 2014-04-04 19:48:00
[쿠키 스포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4월 국내 프로축구 출범 30년 만에 처음으로 K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을 공개했다. 올해엔 K리그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에서 뛰는 개별 선수들의 연봉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구단들은 K리그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드러나는 프로축구 개인 연봉=연맹은 다음주 중 각 구단별로 상위권에 오른 국내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의 개인 연봉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와 달리 프로축구는 선수 개인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세계 축구계에선 미국프로축구(MLS)만 개인 연봉을 MLS 노조에서 발표하고 있다.

프로축구 선수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한 프로축구 구단 관계자는 “특급 국내선수의 경우 10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고, 주전급 선수들은 1억~3억원 수준”이라며 “시·도민구단의 선수들은 기업이 소유한 구단보다 연봉이 훨씬 박하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최저 연봉은 2000만원이며, 비주전 선수들은 6000만~7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개인 연봉에선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12억원 가량으로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 시즌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한 K리그 20개 구단 등록 선수 641명(1부 467명·2부 174명)의 1인당 평균 연봉(각종 수당 포함)은 1억1846만1000원이었다. 1부리그는 1억4609만7000원, 2부는 4428만8000원이었다. 1부에서 선수단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팀은 수원 삼성(2억9249만8000원), 가장 낮은 팀은 대전 시티즌(6571만9000원)이었다.

◇강행하는 연맹 vs 반발하는 구단=연맹 관계자는 “K리그 시장 규모나 수준을 볼 때 인건비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각 구단의 투명 경영과 경쟁력 강화, 운영비용의 효율적 집행을 돕기 위해 개인 연봉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건비를 마케팅이나 유소년 투자 등 생산적인 곳으로 돌려 써야한다는 게 연맹 주장이다.

하지만 기업구단의 한 관계자는 “선수 개인 연봉이 공개되면 또 거품 논란이 일면서 구단들이 줄줄이 투자를 줄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스타 선수들은 더 많은 연봉을 주는 외국 클럽으로 떠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 무대로 진출한 K리거 출신 선수는 하대성(베이징 궈안) 등 10여명에 이른다. 하대성은 베이징으로 옮기며 연봉 12억 7000만원에 계약했다. K리거가 보통 국내에서 받던 연봉의 2~3배를 받고 중국으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연맹이 정말 구단들의 재정을 걱정한다면 유럽 프로축구 클럽의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유럽축구연맹(UEFA)이 시행하고 있는 ‘공정재정정책(Financial Fair Play)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민구단의 한 관계자는 “유망주를 육성하고 발굴해 시장에 내다팔아야 하는 시·도민구단으로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연맹은 지난해에도 1인당 평균 연봉을 공개한 뒤 구단 살림살이가 좋아졌는지 물어 본 적도 없이 나몰라라 해놓고 다시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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