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가르칠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가 한일 우호의 상징인 2002 한·일 월드컵 개최 사실을 삭제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임진왜란도 출병(出兵)이라고 표기하는 등 추가로 역사 왜곡 사실을 담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언론은 영토나 역사 문제에 관해 아베 내각의 견해가 짙게 반영됐다고 전했다. 여야 정치권은 5일 한 목소리로 일본을 성토했다.
미쓰무라 도서의 초등용 교과서는 재일 조선인 6000명 이상이 숨진 간토 대지진에서 조선인 학살이 자행된 것과 관련 현행 ‘수천명의 조선인이 살해되었다’란 부분을 ‘다수의 조선인’으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과서엔 월드컵 공동개최 사실도 빠졌다.
도쿄서적 6학년 교과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두고 “일본의 승리는 구미 국가에 일본의 힘을 인정하도록 해 구미 제국의 지배에 고통을 받는 아시아 나라들에 용기를 줬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와 관련 5일 ‘영토 기술에 정권의 의향이 짙게 나타났다’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2016년부터 사용될 교과서에 적용되는 검정 기준에는 영토나 역사 문제에 관해 정부 견해가 요구되기 때문에 아베 정권의 자세가 더욱 영향력을 강화하리라는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사히 신문도 “영토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방침을 미리 따라간 모양새”라고 했고, 도쿄 신문 역시 검정에 정부의 시각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면서 영토 분쟁 자체가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는 교사들의 의견을 전했다. 반면 우익을 대변하는 요미우리와 산케이 신문은 ‘비정상적 교과서의 정상화’란 취지로 교과서 왜곡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의 여야 정치권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트위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중진의원들 마저 일본의 초등학생 교과서 도발을 규탄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일본 우경화 폭주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라며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북방 5개 도서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독도에 대해서는 안하무인”이라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도 트위터에 “아베가 독도를 언젠간 되찾을 땅이라고 한 것도 모자라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생들은 ‘독도는 한국이 불법 점령한 땅’이라고 쓴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라며 “요 며칠 아베정권의 후안무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 인간들 말로 해서는 안되겠구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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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