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프로야구에서 5일 저녁 관중 단체 항의 장면이 나왔다. KIA 타이거즈에 맞서 잠실에서 홈경기를 치른 두산 베어스 팬들이 주인공이다. 9회말 2아웃 풀카운트에서 마지막 두산의 타자 김재호가 휘두른 방망이가 공에 맞았는지 아닌지, 땅에 튀겼는지 아닌지가 쟁점이었다. 과거처럼 선수단 버스를 불태우거나 쓰레기를 흩뿌리는 사태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팬들이 단체로 선수들에게 “나와라”라고 외쳤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5일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KIA 경기에서 3-9로 뒤지던 두산은 9회말에만 3점을 뽑으며 2사 만루까지 역전의 불씨를 살려갔다. 두산의 김재호가 타석에 들어서서 상대 투수를 맞아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고 7번째 공에서 방망이를 헛돌렸다. 스윙 이후 공은 땅에 튀긴 후 포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심판은 김재호의 삼진을 선언하면서 경기는 KIA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오심 논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두산 송일수 감독과 코치진은 “삼진이 아닌 파울”이라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팬들은 심판진 항의가 이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홈팀 응원석인 1루 내야석에 모여 “나와라”를 외쳤다. KIA 선수들이 나와 경기를 계속하라는 뜻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경기 수훈 선수였던 KIA의 안치홍은 인터뷰를 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헛스윙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경기도 재개되지 못했다. KIA가 두산을 9-6으로 이긴 것으로 끝났다. 두산의 3연패다.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경기 후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공이 김재호의 배트를 스쳤지만, 포수가 바로 잡았기 때문에 삼진이 선언된 것이라고 했다. 도 위원장은 뉴시스에 “심판이 투수의 공을 포수가 바로 잡은 것으로 봤다. 땅에 바운드된 사실은 못 봤다”라고 설명했다.
땅에 바운드된 것을 보았다면 파울로 판정하고 경기를 재개할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 도 위원장은 “경기 중간이라면 모르겠으나 마지막 순간에 나온 일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라며 “이미 선수단도 떠난 뒤였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선 지지하는 팀별로 “비디오 판정을 도입해야 한다”거나 “심판 재량에 맡겨야 한다”며 밤샘 공방을 이어갔다. 심판이 도저히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두산은 억울할 수 있지만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중립적 의견도 많았다.
사진=국민일보DB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