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신혼집에 무시로 드나드는 시아버지가 싫어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꾼 며느리에게 법원이 이혼을 허락했다.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지 않고,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이사를 재촉하는 등 부부 모두가 갈등만 야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이수영)는 A씨 부부가 서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이사를 재촉하는 등 문제 해결을 회피해 갈등을 야기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판결문을 종합하면 며느리 A씨는 신혼집에서 10분 거리에 사는 시아버지가 자신의 집을 자주 방문하자 남편에게 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부친이 실망할까봐 이를 막았다. 그러자 A씨는 남편에게 이사를 하자고 재촉했다. 결국 이 사건이 사단으로 번졌다.
시아버지는 A씨에게 ‘내가 멍청해서 너희 집을 무단으로 들어가 피해를 줬다. 너희한테 맹세코 가지 않을 테니 염려 마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시아버지는 비밀번호를 바꾼 며느리라면 보고 싶지 않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와중에 남편은 A씨에게 사과할 것만 강요했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자살 기도까지 한 후 별거했다.
재판부는 “서로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며, 혼인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며 이혼 책임을 쌍방 모두에게 있다고 판정했다. 남편에 대해서도 “부인의 고민에 동감하고 배려하거나, 시부모 사이의 관계를 슬기롭게 조율하지 못했다”라고 책임을 지웠다. 법원은 이에 따라 양측이 서로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도 모두 기각했다.
사진=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