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달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주말 사이 뉴스가 드물 때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문재인 의원과 한양 도성 산행을 하며 6·4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고, 산행 직전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의원과 사법연수원 수료식 당시의 사진을 올려 호응을 받았다. 온라인 앨범공개와 오프라인 산행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선거 운동을 진수한 것이다. 일상을 팬과 공유하는 연예인들의 SNS 방식과 유사하다.
박 시장은 12일 문 의원과 산행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주 오랜 사진첩에서 찾아낸 빛바랜 사진 한 장”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함께 찍은 문재인 의원님은 그때도 늠름하셨네요”라며 “그 우정을 그대로 간직하며 오늘 오전 서울 한양도성길을 함께 걸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사진 속 문 의원은 회색 수트 차림인데, 다소 작은 키를 커버하려는 듯 다리 길이가 돋보이는 룩을 연출했다. 박 시장은 전형적인 공무원 형태 양복인데, 머리칼은 지금보다 무성했다. 벌써 32년이 지난 사진이다.
박 시장은 문 의원과의 산행에서도 자신의 머리칼을 농담 소재로 삼았다. 문 의원이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 때문에 다른 선거 쟁점이 가려 버려서, 새누리당 정몽준 김황식 후보는 조명을 받는데 박 시장은 가려서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가려져도 빛난다”고 화답했다.
문 의원도 박 시장에 대해 “일종의 AS(애프터서비스) 책임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진중하던 그에겐 진화한 어법이다. 문 의원은 “제가 처음에 박 시장님께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고 이후에 박영선 의원과 단일화하는 과정에도 관여해 일종의 AS 책임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했다.
박 시장은 13일에도 페이스북 유머를 이어갔다. 그는 “재래시장에 가면 늘 인기랍니다”라며 그 이유로 “시장이 시장에 갔으니까요”라고 시작했다. 뒤에 “^^”와 “ㅋㅋ”도 붙이며 시장 방문 사진을 공유했다. 서너 시간 만에 3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이런 게 진화한 디지털 선거운동이다.
사진=박원순 시장 페이스북(facebook.com/hope2gether)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