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미 메이저리그 ‘워싱턴 세너터스’에서 뛰었던 콘라도 마레로가 23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쿠바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1911년 4월 25일 태어난 그는 자신의 103세 생일을 이틀 앞두고 눈을 감았다.
마레로는 1946년 멕시코 후아레스 인디언스에서 우완 투수로 프로에 입문했다. 166㎝ 단신에 75㎏의 몸무게로 운동선수로서는 불리한 체격 조건이었지만 위력적인 투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며 첫 시즌부터 24승을 거뒀다. 멕시코 무대에서 활약하다 1950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그는 세너터스에서 다섯 시즌동안 39승40패, 방어율 3.96, 탈삼진 297개를 기록한 뒤 43세에 은퇴했다. 생애 통산 승수는 367승.
세계 각국의 야구 대표선수들이 경쟁하는 월드시리즈에도 쿠바의 주전 투수로 다섯 차례나 출전한 마레로는 1958년부터 모국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다. 쿠바 정부는 1999년 그에게 ‘국가 노동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중부 비야 클라라의 라베린토라는 마을의 농장에서 자란 마레로는 쿠바인들 사이에서 ‘엘 과히로 데 라베린토(라베린토에서 온 농부)’라고 불렸다.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애칭은 ‘코니(Connie)’였다. 현지 관영 매체인 쿠바데바테는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으로 ‘안녕 과히로, 잘 가요 코니’를 달고 “쿠바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 중 한명이 영면했다”고 전했다.
마레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쿠바인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쿠바인들이 하루종일 야구 얘기를 나누는 장소로 유명한 아바나 시내의 공원 광장에선 그를 애도하는 얘기들로 가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마레로의 팬인 마누엘 가예고는 “그는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며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