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세월호 참사로 2학년생 중 상당수가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단원고에 남은 사람들의 심리적 상처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어른들에 대한 배신감에, 교사들은 제자들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현재 단원고의 상황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24일부터 단원고에서 심리치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리치료 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슬픔·분노 등의 감정을 덜어내기 위한 ‘카드 쓰기’가 진행됐다. 정 교수는 “치료 중 한 아이는 카드에 ‘너를 잊지 않고 1년에 한 번씩 꼭 찾아가겠다’고, 어떤 아이는 마른 체격의 친구를 떠올리며 ‘하늘나라에 가서는 잘 먹고 살이 찌길 바란다’고 적었다”고 얘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학생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른들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남은 학생들은) 어른들이 싸우기만 하고 구조하러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어른들이 싸움을 중단하고 서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치료 중에 “어른의 대표로서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거울도 못 보겠다’ ‘닫힌 곳으로 못 들어가겠다’는 증상을 토로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에 따르면 교사들은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커서 본인들이 상담 등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죄책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다.
정 교수는 또 “현재 단원고 교사들을 진도에 계속 파견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교사들에게 가혹한 고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부터 파견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빨리 중단해야 단원고를 살릴 수 있다. 단원고가 살아야 안산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