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인 7명과 러시아 기업 17개의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과 푸틴의 ‘사금고지기’로 알려진 게나디 팀첸코 회장의 볼가그룹도 포함됐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보다 강력한 추가 제재 방안을 갖고 있다”며 “다음엔 러시아의 금융서비스와 에너지 부문 등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U도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사 15명에게 추가로 제재를 가했다. 지금까지 EU는 개인의 자산만 동결해 왔지만 제재 대상에 기업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됐다. 캐나다도 러시아인 9명과 은행 2개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서방의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음도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 등 6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최하 등급인 ‘BBB-’로 낮췄다.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는 시가 총액 기준으로 러시아 1, 2위 기업이다. S&P는 지난주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도 내린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러시아도 전처럼 강하게 버티고 있기 곤란한 처지가 됐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배치했던 병력을 본대로 복귀시켰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접경 지역에 배치됐던 병력이 얼마나 줄었는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도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백악관은 미국이 유럽과 어느 정도 공동보조를 맞춰야 할 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사용, 긴밀한 경제적 이해관계 등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일부 백악관 국가안보팀과 외부 전문가들은 결국 유럽은 미국을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필요할 경우 미국이 독자적으로 강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체 에너지산업에 대한 제재 또는 보다 전방위적인 금융제재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