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세월호 참사 발생 22일째인 어버이날, 희생된 단원고 학생 부모들은 여전히 슬픔과 분노로 가득차있다. 지금처럼 정부의 진사규명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도 의미가 없다고 성토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고(故)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하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박씨는 지난 5일 합동분향소에서 아들의 영정사진을 빼버렸다. 이유에 대해선 “진상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조문만 받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 아이도 원치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깨끗한 아이들의 영혼을 ‘쇼’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혼탁한 장소에 둔 채 마치 ‘장례 축제’를 치르는 듯한 국가적 행사의 희생물로 삼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현재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 않느냐”고 하자 박씨는 “수사 방향이 잘못돼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세모그룹과 유병언, 구원파 관련 문제 혹은 선장이나 평형수 등 문제로만 집중이 돼있다”며 “사건의 본질은 다른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가 몇 시부터 기울기 시작했는지, 해경의 초기 대응은 어땠는지, 그리고 사건 당일 왜 그 좋은 날씨에 적극적인 생존자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등의 문제와 언딘 관련 의혹 등을 정확히 규명해야 하는데 현재는 전혀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며 “수사 초점 자체가 잘못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부실한 초기 대응과 근무 태만 등을 이유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목포해경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박씨는 ‘셀프 수사’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해경도 결국 합수부의 일원”이라며 “수사를 받아야 할 조직이 스스로를 수사하고 있는 꼴이니 의혹을 명백하게 밝힐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씨는 또 앞서 자신이 공개한 아들의 휴대전화 속 사고 당시 동영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창으로 아이들이 보이는 상황이었는데) 만약 한번이라도 그 유리창을 깨줬더라면 우리 아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라도 살 수 있었을 텐데 거기서 해경 보트가 그걸 외면하고 다른 데로 방향을 트는 것을 봤을 때 정말 슬펐다”면서 관계 당국의 명명백백한 수사를 재차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