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전날 밤에도 기우뚱-우당탕” 생존자 증언… 사고는 예고됐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전날 밤에도 기우뚱-우당탕” 생존자 증언… 사고는 예고됐었다

기사승인 2014-05-09 17:15:00

[쿠키 사회] 침몰 사고 발생 전날 밤부터 세월호는 이미 이상 징후를 보였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다.

생존자 서희근씨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출항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이상 징후를 느꼈다고 밝혔다. 해병대 출신인 서씨는 상륙선거함(LSD)을 탄 경험이 많아 선상 상황에 익숙했다. 보통의 큰 배는 4~5m 높이의 파도에도 출렁거림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날은 갑자기 배가 크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인천대교를 지났을 때쯤 불꽃놀이를 하고 선실로 들어와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좌측으로 15도 정도 확 넘어졌다가 바로 섰다”며 “배가 틀리면서 쓰레기통이나 맥주캔, 커피캔 등이 다 한쪽으로 ‘우당탕’ 나뒹굴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잠깐 ‘쾅’ 기울었다가 원위치로 돌아왔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못 느낄 수 있다”며 “다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고 했다. 이상함을 직감한 서씨는 밖으로 나가봤지만 당시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서씨는 “그때부터 슬슬 예감이 안 좋았다”며 “(보통 그런 경우에는) 선장이 ‘잠시 배에 어떤 문제가 생겨 배가 좌측으로 움직였으니 놀라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해야 하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무작정 갔다”고 지적했다.

불안한 상태로 밤을 보낸 뒤 다음날 아침 결국 일이 터졌다. 서씨는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고 돌아와 선실에 있는데 어젯밤 느낀 것처럼 갑자기 또 45도 정도가 넘어가버렸다”며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은 ‘아이고, 이거 사고났구나’였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후 그는 주위 학생 30명을 구출한 뒤 이들과 함께 구조 지원을 나온 어업감시선에 올랐다. 서씨에 따르면 배가 30m정도 후진했을 때 세월호는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구조된 아이들은 발을 구르며 울부짖었다. 서씨는 “여전히 그 장면이 생생해 계속 악몽을 꾸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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