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화점, 변화의 중심에 서다

[기획] 백화점, 변화의 중심에 서다

기사승인 2014-05-11 20:27:00
[쿠키 경제] “직매입을 확대하라.”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백화점 경영진한테 정기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MD(상품기획) 차별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이 언급한 것이 일본의 소고 백화점과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이었다. 1990년대 일본 1위 백화점이었던 소고는 점포수 늘리기에만 집중하다 경영 악화로 2003년 세이부 백화점에 합병됐다. 반면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은 자체 개발 및 발굴한 상품인 직매입 비율을 30%까지 늘리면서 2012년 매출이 2조6000억원으로 세이부 본점(1조9000억원)을 앞질렀다. 롯데백화점도 기존에 입점해 있는 매장이나 브랜드들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매입 등을 통해 롯데만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차별화된 새로운 상품 라인을 갖추라는 지시였다.

이렇듯 우리나라 백화점들도 최근 들어 직매입 비중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따른 돌파구로 직매입 확대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 백화점들은 일본의 백화점들처럼 매장 임대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입점한 매장의 수수료가 백화점의 수입이라 매장의 매출에 따라 백화점의 수입도 좌우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기존 백화점 입점 상품들에 식상해하면서 매출이 줄고 있는 추세다. 시중 백화점 관계자는 11일 “그나마 백화점의 매출을 유지해줬던 해외 명품들조차도 올해에는 잘 팔리지 않아 통상 5월말에 실시하던 시즌오프 행사(철 지난 상품을 할인판매하는 행사)를 2~3주 앞당겨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직매입 방식은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구매해 판매하고 재고까지 책임진다. 백화점이 국내외에서 직접 발굴한 상품과 브랜드로 매장을 구성할 수 있어 차별화가 가능하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현재 롯데나 신세계 등 대표적인 백화점의 수수료는 매장 매출의 30~40% 정도다. 매장의 매출이 1억원이면 3500만원 정도가 백화점 수입이다. 직매입을 하게 되면 수입은 4500만~6000만원까지 늘어난다. 유통 마진이 이전보다 줄어 소비자들도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백화점들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아이템 구매가 가능한데다 물류 공간도 충분하다. 또 인터넷과 홈쇼핑, 복합쇼핑몰, 아울렛 매장 등 판매 채널이 예전에 비해 다양해져 백화점에서 상품이 팔리지 않아도 떠안아야 할 재고 부담도 크지 않다.

갤러리아백화점이 97년에 편집샵인 G494 매장을 마련해 직매입에 나섰고 이후 몇몇 백화점들이 직매입을 시도했지만 그동안 매입 상품 물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유통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내 임대 브랜드들의 반발이 컸고 소비자들은 이전까지는 유명 브랜드만 찾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이 개성을 추구하고 저렴한 물건을 찾는 쪽으로 속속 변화되면서 직매입 상품에 대한 매력이 커지고 있다.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 직매입 매장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이 직전 해와 비교했을 때 109.5% 신장률을 보였다. 올해도 4월 현재 전년 대비 73.6%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대표적인 멀티 편집숍인 분더샵도 2012년에 66.1%, 지난해 32.1%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에 맞춰 롯데백화점은 오는 8월 20대를 겨냥한 직매입 편집숍을 새롭게 런칭한다. 이미 롯데는 30, 4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바이에토르, 남성복 브랜드샵인 아카이브, 고가 브랜드로 구성한 엘리든 등을 오픈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 3월 웨스트관을 리뉴얼한 뒤 재오픈하면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기존의 브랜드별 매장에서 탈피해 개방형 매장 구조를 도입했고 직매입 비중(면적 기준)을 5%에서 30%로 크게 넓혔다. 직매입 브랜드도 75개에서 100개까지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실속화되면서 백화점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자체기획(PB)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주에 PB우유 판매량이 제조업체 브랜드(NB) 우유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이마트도 올해 PB 상품 매출비중이 전체 상품의 27%로 지난해보다 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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