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대축제인 2014 브라질월드컵(한국시간 6월13일∼7월14일·브라질) 개막이 14일로 D-30을 맞았다. 대극 전사들은 비장한 각오로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한다. 홍명보(45)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은 12일부터 선수들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로 불러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홍명보호’의 공격과 수비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해결사’는 역시 박주영=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인 한국 축구는 브라질월드컵에서 ‘닥공(닥치고 공격)’을 할 처지가 못 된다. 조별예선에서 러시아(18위), 알제리(25위), 벨기에(12위)를 상대로 버티고 지키다 기회를 엿봐야 한다.
홍 감독은 U-20 청소년대표팀을 이끌 때부터 4-2-3-1 포메이션으로 팀을 운영해 왔다. 수비를 탄탄히 한 뒤 역습으로 골을 뽑아내는 게 홍 감독의 경기 스타일이다. 세계무대에서 강팀들을 상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홍 감독이 선호하는 원톱은 폭넓게 움직이면서 연계 플레이와 마무리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다. 최적의 원톱 자원은 박주영(29·왓퍼드)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초까지 가진 평가전은 사실상 박주영을 대신할 원톱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박주영 없는 ‘플랜B’로 원톱, 투톱, 제로톱 전술도 써봤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난 8일 브라질월드컵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박주영을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박주영이 ‘제1옵션’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장외룡 MBC 해설위원은 “한국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어쩔 수 없이 선수비-후공격의 전술로 나서야 하는데, 수비-공격 전환 속도와 문전 마무리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마무리 능력에선 박주영이 최고”라며 “‘박주영 원톱’은 러시아, 벨기에 등 장신 수비수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전술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주영이 원톱으로 출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2선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 홍 감독은 구자철(25·마인츠)에게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에서 공격에 특화된 구자철은 정확한 패스와 드리블로 박주영을 도울 수 있다. 또 박주영이 측면으로 이동할 때 생기는 공간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근호(29·상주)는 박주영 대신 원톱으로 나서거나 섀도 스트라이커 백업 자원으로 투입될 수 있다. 좌우 날개는 손흥민(22·레버쿠젠)-이청용(26·볼턴) 조합이 유력하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 해소될까=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수비라인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홍 감독이 어떤 수비 전략을 구사할지가 주요 관전포인트다.
한국 대표팀의 수비라인을 점검하려면 홍 감독의 수비 철학부터 이해해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며 4강 신화를 이끌었고, 이후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활약해 온 홍 감독은 한국축구가 어떻게 하면 세계무대에서 통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홍 감독의 수비 키워드는 ‘압박’이다.
홍 감독은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전 대표팀 감독들에게서 상대가 공을 잡기 전에 위치를 선점하고, 상대가 공을 소유하면 순간적으로 압박해 공을 뺏는 ‘중원 싸움’이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배웠다. 특히 포백 전술에 한국 선수들의 스피드와 투지를 접목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브라질월드컵에선 김영권(24·광저우)-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콤비가 중앙 수비로 유력하다. 둘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춰 왔다. 33살의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알 힐랄)와 황석호(25·산프레체 히로시마)는 중앙 수비 백업 요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런던올림픽 때와 비교해 달라진 쪽은 좌우 풀백이다. 당시 주전으로 뛰었던 윤석영(24·QPR)과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는 각각 부진과 부상으로 이번엔 백업 역할을 하고 김진수(22·니가타)와 이용(28·울산)이 주전으로 뛸 전망이다. 홍 감독은 축구 센스와 근성을 갖춘 김진수에 대해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용은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홍명보호’의 수비라인은 출범 초기엔 든든하게 뒷공간을 지켰으나 경기를 거듭하면서 약점을 노출했고,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다. 수비수들의 대인마크가 헐겁고, 위치 선정이 좋지 않아 상대 마크맨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홍 감독이 수비라인을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16강 진출 여부가 달려있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