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4년 전 시장상인들의 곗돈 21억원을 들고 달아났던 70대 할머니가 붙잡혔다. 서울 재래시장에서 종적을 감췄다가 충남 천안에서 검거된 이 할머니는 빼돌린 돈으로 부동산 등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시장상인들의 곗돈 21억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로 계주 고모(70·여)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2006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금천구 시흥동 재래시장에서 계원들이 매월 차례대로 돈을 타는 이른바 ‘번호계’를 운영하면서 102명의 곗돈 21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번호계의 경우 돈이 급하게 필요한 계원은 앞쪽 순번을 높은 이자 소득을 얻고 싶은 계원은 뒤쪽 순번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고씨가 운영한 계는 모두 10개였다. 고씨는 정상적으로 계를 운영하던 중 형편이 어려워지자 마지막 순번으로 계를 타게 해주겠다며 계원들을 마구 모집한 뒤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잠적한 고씨는 자신의 아들 장모와 딸 시어머니의 인적사항으로 활동하면서 4차례 이사하는 등 4년간 도주행각을 벌이다 지난 8일 검거됐다. 빼돌린 곗돈은 부동산 매매 등에 사용했다.

경찰은 고씨에게서 피해금을 회수하지는 못했지만 부동산을 산 뒤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꾼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