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같은 날 세월호 참사 현장을 찾았다.
정 후보는 14일 오후 6시15분쯤 팽목항에 도착했다. 수행원 5~6명과 해양경찰청 차장에게 수색 상황을 전해 듣고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격려했다. 이후 실종자 가족 천막 두 곳을 방문해 1시간여동안 면담했다.
면담 후 취재진들이 막내아들 발언과 관련한 실종자 가족 반응을 묻자 정 후보는 “동양의 미덕은 큰 슬픔을 당하면 서로 위로하는 것”이라며 “서로 비난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 가족들은 지치고 힘들어 화를 낼 힘도 없는 듯하다. 죄송하다고 전했고 여러 얘기를 들었다”고 대답했다.
면담 중에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 후보를 따라 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이 면담장소에 들어가려고 하자 한 남성이 천막 앞에 붙어있던 ‘실종자 가족 외 출입금지’ 문구를 떼어 펼쳐보였다. 몇몇 가족들은 “피해 다니는 것도 일이다. 일”이라며 천막을 빠져나왔다. 한 단원고 실종 학생의 어머니는 “아들이 우리보고 미개하다고 했는데, 여기엔 왜 왔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가 팽목항을 떠난 지 두 시간쯤 뒤인 오후 8시50분쯤 박 시장은 2명의 수행원과 함께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아무도 박 시장의 진도 방문 소식을 몰랐다. 사진에 찍히거나 언론에 공개되지 않으려 일부러 혼자 방문했다. 현장에서 박 시장을 알아본 기자에 의해 소식이 전해졌다.
박 시장은 실종자 가족들과 만날 때마다 무릎을 꿇고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던 중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닦으며 ‘엉엉’ 울기도 했다. 박 시장은 기자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MBN 뉴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