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검은 피부’ 가나 유학생과 ‘배우 같은’ 대구 살인마

[친절한 쿡기자] ‘검은 피부’ 가나 유학생과 ‘배우 같은’ 대구 살인마

기사승인 2014-05-25 17:49:00

[친절한 쿡기자] 휴일인 25일 인터넷에서는 가나에서 온 스물여덟살 청년 아부다드(본명 아부 본즈라 퀘쿠다즈)의 사연이 회자됐습니다. 한국에 있는 5년 동안 차별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았기 때문인데요. 네티즌들이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아부다드의 고백은 전날 밤 방송된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시청자들은 웃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치부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가나에서 상위 1%만 들어간다는 일류대학을 수료한 아부다드는 5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합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스웨덴과 중국, 한국에서 국비장학생으로 선발했다고 해요. 아부다드는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관심이 있었다고 하고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행을 택했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실망부터 했답니다. 곧바로 의과대학에 들어갈 줄 알았지만 약속과 달리 그는 의대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유명 사립대학원에서 의료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본인이 생각했던 의대에는 들어가지 못했다고 하네요.

아부다드는 우선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 했다네요. 한국어 경연대회에서 상을 타자 자신감이 붙은 아부다드는 우리 영화 ‘초능력자’와 ‘페이스 메이커’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좋아 한국에 온 그에게 한국은 좌절감을 안겼습니다.

전화로 의대 진학을 물어보면 대학 측에서 우수한 성적과 유창한 한국어에 놀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답니다. 막상 찾아가면 대학 직원은 검은 아부다드의 얼굴을 보고 표정을 싹 바꾸기도 했다네요. 매번 1차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답니다. 아부다드는 또 한국인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봤다가 낭패를 맛봤다고도 했습니다. 자신을 피해간 한국 아주머니 대신 뒤에 있던 백인이 자신에게 길을 알려 줬다네요.

아부다드는 사랑하는 한국을 떠났습니다. 호주 멜번 대학이 장학생으로 그를 뽑았다네요. 아부다드는 방송 녹화가 끝난 뒤인 지난달 28일 호주로 8년간 떠났습니다. 아부다드가 좌절만 느낀 것은 아닙니다. 그를 자식처럼 아낀 ‘한국 엄마’가 아부다드에게 큰 힘을 주었다고 합니다. 호주행을 고민할 때도 한국 엄마가 곁에서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부다드의 사연에 인터넷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네티즌들은 “같은 동포인 중국동포마저 차별하는 한국, 백인에게 친절하고 유색인을 차별하는 양면성을 가진 한국인”이라는 댓글을 달며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20년 전 제가 경기도 의정부에서 카투사 생활을 할 때 생각이 납니다. 우리 부대 열아홉 살 흑인 이병 제임스가 어느 날 복도 의자에 앉아 엉엉 울고 있더군요. 왜 우냐고 하니 “길 가는데 버스 안에 있던 한국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내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깜둥이’라고 욕했다”고 하더군요. 우리 카투사들이 제임스를 위로해주려고 라면도 끓여주고 농구도 같이 했지만, 제임스에게 한국은 나쁜 나라로 남았을 겁니다.

지난 19일 대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기억나시나요? 20대 남성이 옛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하고 옛 여자친구가 올 때까지 시신 옆에서 술을 마신 사건 말입니다. 엽기적인 사건에 경악한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나돈 범인의 얼굴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영화배우 뺨치게 잘 생기고 선한 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눈으로 다른 사람의 됨됨이나 생각을 볼 수 없습니다. 유치원생도 아는 상식이 부디 한국에 정착되길 기원해 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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