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솔직 해설’로 네티즌 주목받는 안정환… ‘어록’까지 나왔다

[친절한 쿡기자] ‘솔직 해설’로 네티즌 주목받는 안정환… ‘어록’까지 나왔다

기사승인 2014-06-19 15:23:55

[친절한 쿡기자]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안정환(38)을 기억하시는지요. 우수에 찬 눈빛과 조각 같은 얼굴. ‘테리우스’라는 별명이 누구보다 잘 어울렸습니다. 외모뿐이었나요? 감각적인 플레이와 골 감각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였습니다.

그런 그가 2012년 은퇴한 뒤로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에 합류하더니 감춰왔던 예능감을 뽐냈습니다. 경기장에서의 카리스마를 기억하던 축구팬들에게 털털한 성격은 새로웠습니다. 시청자들은 의외라며 놀라다가도 친근하게 다가온 그를 반겼습니다.

반응은 브라질월드컵으로 이어졌습니다. 안정환은 해설위원으로 월드컵에 참여했습니다. 2002년 태극전사 동료였던 송종국(35)과 함께 MBC 중계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해설은 첫 도전이었지만 시청자들은 환호했습니다. 안정환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면서 말이죠.

입담은 개막전에서부터 빛났습니다. 13일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경기에서 네이마르(22)의 슛이 수비수 다리사이를 통과해 골로 연결되자 안정환은 “가랭이 슛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했습니다. 가랑이도 아니고 ‘가랭이’라니요.

16일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경기에선 디딤축이 되는 다리 뒤로 다른 쪽 발을 엑스자로 꼬아 차는 라보나킥을 ‘꽈배기 패스’라고 표현했습니다. 17일 독일-포르투갈전서는 “저렇게 쫑이 나서 공이 앞에 떨어지면 공격수 입장에선 완전 땡큐죠”라고도 했죠. ‘쫑나다’는 선수들끼리 서로 부딪혔을 때 쓰는 말입니다.

한국의 첫 경기인 18일 러시아전에서는 따뜻한 선배로서의 면모가 돋보였습니다. 다소 지친 듯한 박주영(29)에겐 “더 뛰어야 한다”고, 골찬스를 놓친 손흥민(22)에겐 “동료에게 패스했어야 했다”고 따끔하게 조언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이근호(29)가 골을 넣자 “이거 땡큐가 아니라 완전 때땡큐다. 땡큐보다 더 좋은 거다. 나중에 소주 한 잔 사야겠다”며 장난스런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솔직하고 유쾌한 해설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전문용어보다 경험에서 나온 쉬운 설명이 친근하다는 평입니다. 연일 화제가 되며 발언을 정리한 어록까지 나왔습니다. 네티즌들은 “안정환 생긴 것과 다르게 정말 구수하다” “반지의 제왕이 친근한 동네 아저씨가 됐다”며 즐거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남은 경기에서는 또 어떤 말들이 쏟아질까요? 경기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또하나 더해졌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