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난공불락의 인기를 자랑하던 배우 전지현(33)과 김수현(26)에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수억원대의 금전적 손해는 약과입니다. 인터넷에는 ‘매국노’라는 말까지 돕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두 배우는 올해 초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인기는 자연히 광고로 연결됐고, 국내뿐 아니라 중국 시장까지 차곡차곡 접수했습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습니다. 최근 계약한 한 생수광고가 문제가 됐습니다. 중국 헝다그룹의 헝다빙촨(恒大氷泉) 광고입니다.
헝다그룹은 두 배우를 야심차게 발탁했습니다. 대우도 업계 최고입니다. 1년에 10억원선으로 알려진 톱모델 수준입니다. 특급 대우엔 나름의 속셈이 있었던 걸까요? 알고 보니 이 생수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원지가 ‘장백산’인 것입니다. 제품 포장에도 버젓이 ‘장백산에서 뽑아 올린 광천수’라고 적었습니다.
장백산은 중국이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부르는 말입니다. 네티즌들은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제멋대로 일컫는 것과 비교합니다. 중국은 2002년부터 동북공정을 추진하며 고구려, 발해 등 한반도 역사 일부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야욕을 공공연하게 드러냈습니다.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우리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런 내용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질타가 터져 나왔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한류스타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홍보하는 꼴이 됐으니까요. 전지현과 김수현 측은 당혹했습니다. 김수현 측은 “제품명에는 장백산이라는 말이 없었다. 확인을 못했다”고 했습니다. 전지현 측은 “몰랐다. 정치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광고와 역사의식을 연관짓는 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습니다. 인터넷에는 “거액의 계약을 하면서 그 정도도 확인하지 않은 게 말이 되느냐” “정치적 부분? 이건 역사의 문제다”는 등의 비난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돈에 눈이 멀어 장백산 홍보라니. 현대판 매국노 아니냐”며 분노했습니다.
거센 반응에 두 배우의 소속사는 계약해지를 결정했습니다. 20일 해지요청을 보냈지만 아직 중국 측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랍니다. 이미 지면광고 촬영도 마쳤고 계약파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수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주더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팬들은 22일 “역시 우리 배우들 개념 있다” “잘 해결돼 다행이다”라며 안도했지만 모두 같은 생각일까요? 비판적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일을 하면서 생색내지 말라” “이번에 민심 완전히 잃었다”는 냉랭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류스타가 되든 월드스타가 되든 근본은 똑같습니다. 한국의 스타입니다. 한국팬들의 마음을 놓친다면 토대부터 무너져버리는 게 아닐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