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세기’가 고조선 역사의 실체를 담고 있다고 인정되면 기존의 교과서에 고조선 관련 기술을 채워 넣을 풍부한 검증대상이 확보되고,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주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쐐기를 박는 유력한 근거가 마련된다.
23일 인하대 융합고고학팀에 따르면 단군세기의 5세 오사구단군 재위 시(BC 2133) 주조한 원공화폐 기록은 흥미롭게도 최근의 고고학 발굴 성과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개오지로도 알려진 카우리 조개가 이미 하나라 때부터 화폐로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1987년 이후인데 1911년에 간행된 단군세기에서는 이 사실을 명확히 서술하고 있다.
또한 조개화폐에 둥근 구멍을 뚫어 사용한 사실 역시 하남시 정주 이리두 유적과 내몽고 하가점유적 발굴 이후에 알게 되었는데 단군세기에는 이미 그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특히 요서지방 대전자(大甸子) 유적에서 납으로 주조한 조개모양 화폐가 발견되어 단군세기의 금속 조개화폐 주조 기록의 사료적 가치를 시사한다.
이관홍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는 “카우리 조개는 쿠로시오 난류대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종으로서 한류가 남하하는 중국 동남해안에서는 채집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중국 본토가 아닌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면 발해만과 한반도 지역을 주 무대로 하는 해륙문화세력이 이 고대통화를 유통시킨 주체”라고 설명했다.
김연성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장은 “발굴 분포와 조개화폐의 출토량을 종합 고찰할 때 명도전이 그렇듯이 이 조개화폐도 고조선의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 고고학계에서도 하가점하층의 조개화폐 사용이 중원에 비해 시기적으로 앞선 것을 근거로 북방세력의 초기화폐문화로서 인정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천문현상 기록의 정확성과 조개화폐 기록의 사실성이 입증됨에 따라 ‘단군세기’를 근거없이 창착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하대 고조선연구소는 현재 고조선 데이터베이스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교육부의 BK+사업에도 상고사연구인력 양성사업단으로도 선정됐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