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전이 끝난 뒤 한국 축구팬들은 침통한 분위기입니다. 현재까지 1무 1패. 한국은 H조 최하위 입니다. 남은 상대는 피파랭킹 11위에 빛나는 벨기에입니다. 벨기에는 2승을 거둬 조 1위로 벌써 16강에 안착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벨기에전에서 패하면 16강 진출의 꿈을 접게 됩니다.
24일 인터넷에는 전날 치러진 알제리전 경기 종료 뒤 상황이 담긴 몇 장의 사진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냉랭했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훈훈하게’ 데워줬습니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한국 축구대표팀은 2대 4 패배에 낙담하고 있었습니다.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기도,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삼키기도 했습니다. 알제리 선수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었지요.
그때였습니다. 알제리 미드필더 소피안 페굴리 선수(25·발렌시아 CF)가 환호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쪼그려 앉아 슬픔에 잠긴 손흥민(22·레버쿠젠) 선수에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등을 토닥이며 뭐라 뭐라 이야기를 건넵니다. 추측컨대 “오늘 골 멋졌다” “다음 경기에서 꼭 승리해라” 등의 위로였겠지요.
수비수 칼 메자니(29·발랑시엔 FC) 선수도 동참했습니다. 어깨가 축 쳐진 손흥민 선수를 가만히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손 선수가 알제리 선수들에게 유독 인기가 좋은 걸까요? 아님 고군분투한 어린 선수가 낙담해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걸까요. 그보단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심성이 선하기 때문이겠지요.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런 게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라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훈훈한 모습이다” “대신 위로해준 알제리 선수들 고맙다”는 호응도 잇따랐습니다. 사진에 마음이 누그러진 한 네티즌은 “알제리 생각보다 정말 잘하긴 했다. 사실 좀 놀랐다”며 뒤늦은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