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안정환·송종국, 할 말 잃었다가… “오늘의 눈물 기억하라”

‘선배’ 안정환·송종국, 할 말 잃었다가… “오늘의 눈물 기억하라”

기사승인 2014-06-27 10:22:55

늘 유쾌하던 MBC 안정환 해설위원은 아쉬움에 눈물을 삼켰다. 송종국 해설위원 역시 잔뜩 굳은 표정으로 후배들을 격려했다.

두 해설위원은 김성주 캐스터와 함께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H조 조별예선 3차전 대한민국과 벨기에 경기 중계석에 앉았다. 경기결과는 아쉬웠다. 열심히 뛰었지만 0대 1로 패했다. 우리 대표팀의 도전은 여기까지였다.

해설위원이기 전에 태극전사들의 선배인 두 사람의 마음도 얼마나 간절했을까. 두 해설위원은 경기 내내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안 해설위원은 전반 초반 선수들이 패스를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실수가 두려워 패스를 안 하면 안 된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또한 “슈팅을 아끼지 말고 최대한 많이 때려라” “패스할 공간에서 왜 두세 번 터치를 하느냐” “사람보다 공이 빠르다. 축구는 발보다 공으로 하는 거다”라는 등의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다.

송 해설위원도 연신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는 날아오는 공에 몸을 피하는 선수의 모습이 보이자 “몸을 돌리지 말라. 공 맞아도 안 죽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후반 32분 벨기에의 베르통엔에게 골을 허용한 뒤 송 해설위원은 “지금 우리는 골이 필요하다. 왜 뒤에서 수비만 하고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수비가 막아야 하는데 구경만 하니까 문제다”는 뼈있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경기는 패배로 끝났고 손흥민, 김영권 등 어린 후배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이를 바라보던 두 해설위원은 착잡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내 입을 열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 실력 다음에 정신력이 있는 것이다” “잘 싸웠다. 오늘의 이 눈물을 기억하고 앞으로는 눈물 흘리지 않는 경기를 하라”며 격려했다.

안 해설위원은 울컥한 듯 눈가와 코 사이를 매만졌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애써 말을 잇던 송 해설위원의 눈빛 역시 한없이 슬펐다. 이번 월드컵 내내 재밌는 입담으로 경기를 중계하던 이들이 보여준 가장 굳은 표정이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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