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김승규(24)가 벨기에에게 한 골을 허용한 게 자신의 실수였다며 눈물을 보였다. 축구팬들은 오히려 그를 격려하고 있다.
김승규는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열린 H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팀의 골문을 지켰다. 그의 월드컵 첫 경기였다. 지난 1, 2차전에는 정성룡(29) 골키퍼가 나왔으나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 축구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팬들은 김승규의 출전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였다.
역시 김승규 카드는 먹혀들어갔다. 수차례 선방하며 활약했다. 아쉽게도 후반 33분 얀 베르통언에게 골을 허용했지만 이 역시 김승규가 한 차례 쳐낸 것을 상대방이 다시 차 넣은 것으로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리 선수들은 연신 벨기에의 골대를 공략했지만 무언가 자꾸 어긋났다. 골이 안 들어갔다. 결국 우리 대표팀은 0대 1로 패하며 16강 진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김승규는 “경기장에 들어가는 순간 관중이 많아 긴장했지만 경기 초반을 잘 넘기자고 생각했다”며 “상대 선수들이 얼굴만 봐도 아는 (유명)선수들이라 긴장도 됐지만 뛰어보니 똑같은 선수들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경기를 경험이 아닌 실패로 생각하겠다. 다음 월드컵 때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서겠다”며 다시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그는 “세 번째 경기에 나가서 긴장됐다. 후반전 실점은 내 실수였다”고 자책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그 골은 누구라도 못 막을 골이었다”면서 도리어 김승규를 다독였다. 또한 “김승규가 잘 해줬기에 그나마 한 골만 먹은 거다” “오늘 누구보다 잘했다. 벨기에전 우리 대표팀의 MOM(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이다”라는 등의 응원이 쏟아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기록에 따르면 김승규는 이날 7번의 세이브와 1실점을 기록했다. 7세이브는 오초아(멕시코), 부폰(이탈리아) 등에 이은 26위의 성적이다. 다른 골키퍼들은 대부분 3경기 모두 출전했지만 김승규는 단 한 경기에 출장했다. 경기당 세이브수로 보자면 김승규가 단연 1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