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인교사 혐의 김형식 의원 ‘빚이라기 보다 청탁 뒷돈’ 정황 포착

경찰, 살인교사 혐의 김형식 의원 ‘빚이라기 보다 청탁 뒷돈’ 정황 포착

기사승인 2014-07-01 01:13:55
경찰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진 억대의 빚이 사실상 ‘청탁성’이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30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김 의원이 수천억대 재력가 송모(67)씨로부터 청탁 뒷돈을 받았다가 이를 성사시키지 못했고,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씨가 이같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면서 “선거에 못 나가게 하겠다”며 압박하자 친구 팽모(44·구속)씨에게 살해 사주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애초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5억2000만원의 빚을 졌고, 이에 대한 변제 압박에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봤다. 송씨 사무실에서 확보한 차용증과 팽씨 진술 등이 근거였다.

하지만 경찰이 주변인 수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범행 동기가 단순한 빚 변제 독촉 때문이 아니라는 정황이 잡히고 있다.

경찰은 송씨가 근린생활 시설로 지정된 자신 소유의 땅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해 달라며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근린생활 시설이 상업지구로 지정되면 땅값과 건물값이 3∼4배 이상 오른다. 경찰은 김 의원이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이었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차용증에 기재된 5억2000만원의 돈은 사실상 용도 변경에 힘을 써달라는 건에 대한 대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 의원과 송씨의 계좌 간에 거래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송씨가 돈을 금고에 보관했다가 김 의원에게 현금 뭉치로 건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이 대포폰을 이용해 송씨와 범행 전부터 여러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으나 사용한 대포폰이나 둘 사이에 오간 문자 내용 등은 확보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범행 직후인 3월 3일 새벽 송씨와 통화한 이유를 추궁하자 “친구끼리 사는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으며, 대포폰을 사용한 것은 국가정보원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팽씨는 경찰 조사에서 “중국 보따리상을 하며 김 의원에게 8000여만원을 빚지는 등 도움을 받았다”며 “친구로서 돈을 준 걸로 생각했는데 결국 나를 범행에 이용하려고 계획적으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추가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줄곧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팽씨는 지난 28일 유치장 안에서 김 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쪽지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 쪽지에는 “미안하다 친구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묵비권을 행사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쪽지를 실제로 김 의원이 작성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필적감정 등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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