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당일 구조 안했다” 그 날의 상황, 청와대는 알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 당일 구조 안했다” 그 날의 상황, 청와대는 알고 있었다

기사승인 2014-07-02 10:37:55

세월호 사고 당일 해경의 주요 녹취록 내용이 최초로 공개됐다. 그동안 의혹으로 남아있던 부분들이 조금은 명확해졌다. 해경, 역시 문제가 많았다.

공개된 자료는 사고가 일어난 4월 16일 해양경찰청이 청와대 핫라인과 해경본부, 서해청, 118, 중대본, 안행부, 해수부, 국정원, 국무조정실 등 8개 라인과 통화한 내용이 담긴 통신 녹취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이 자료를 분석해 2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그중 몇 가지 내용을 전달했다.

특히 청와대와의 통화기록에 주목했다. 우 의원은 먼저 사고 당일 오전 9시42분44초 이뤄진 통화에서 청와대가 “지금 구조작업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해경은 “아직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켜보는 단계다”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세월호의 좌현이 40도 기울어진 심각한 상태였다.

앞서 해경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바다에 나와 있는 인원들을 구조했기 때문에 선실 쪽은 돌아볼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통화 내용은 이 진술과 배치된다.

또한 사고 당일 날 해난구조대의 수색작업이 없었다는 점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원은 “해군 해난구조대와 UDT는 각각 (현장 도착) 18분, 20분 만에 모두 철수했더라”며 “이러한 사실을 청와대는 이미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날 피해자 유가족들이 “어젯밤에도 저 사람들 수색작업 안 했다. 조명탄 한 방 쏘고 아무일도 안했다”고 했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또한 당시 사고 현장에 동원됐던 3대의 헬기 중 한 대는 이주영 해수부장관 편성 차 보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 의원은 “해경과 해경본부와의 (오전) 11시43분01초 통화기록에 이런 내용이 있다”며 “해경 측에서 유류 수급하러 무안공항에 간 김에 장관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 장관 모시러 간다고 얘기하지는 말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해경 내부적으로도 옳지 않은 상황이라는 판단은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또 ‘270명 전원 구조’라는 초유의 오보가 나오게 된 경위도 밝혔다. 우 의원은 “해경이 청와대에 370명 구조를 최초로 보고한 것이 확인됐다”며 “실제 구조인원이 확인 안 된 상태에서 청와대에 보고를 했고, 이후 숫자 집계에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했을 때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내용이 틀린 걸 걱정하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우 의원에 따르면 해경은 구조된 160명에, 선내에 190명이 더 있다는 말을 듣고 “현재까지 확인된 생존자는 370명”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나중에 다시 정정보고를 받은 청와대 측 관계자는 “166명 구조라고요? 그럼 202명이 사라진 겁니까? 큰일 났네, 이거 대통령까지 다 보고 끝난 건데”라고 말했다.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보다 일찍 청와대 내부에서는 상황 전반을 인지를 하고 있던 셈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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