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보고 끝났다. 큰일났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은 잘못 보고, 청와대는 ‘대통령 보고만’ 걱정

“VIP 보고 끝났다. 큰일났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은 잘못 보고, 청와대는 ‘대통령 보고만’ 걱정

기사승인 2014-07-02 13:50:55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해경이 ‘370명을 구조했다’고 청와대에 잘못 보고했고 청와대는 오후 2시30분이 넘도록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과 특위 위원인 우원식 의원은 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해경 상황실 유선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 상황실은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지 40분이 지난 9시32분부터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해경은 4시간30분이 지난 오후 1시16분 유선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하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생존자 370명이라고 한다”며 “진도 행정선에서 (생존자가) 약 190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후 1시42분에는 다시 청와대와 통화하며 “370명이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일부 중복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에 청와대는 “확인되는 대로 알려달라. 우리가 기준으로 잡는 것은 해경청에서 알려주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답했다.

해경은 오후 2시36분 보고에서야 “(구조자가) 166명이다”라고 보고를 정정했다.

이에 청와대는 “큰일났다. VIP(대통령) 보고까지 끝났다. 나머지 310명은 다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거 아닌가”라며 “중대본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에서 보고를 받았을 텐데, (언론) 브리핑이 완전 잘못 됐다. 여파가 크겠다”고 말했다.

김석균 해경청장은 이날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해 “제가 파악한 바로는 팽목항 현장에서 178명 구조된 이후에 190명이 추가로 구조돼 온다는 소식이 퍼졌고, 현장에 설치된 간이 상황판에 (누군가가) 그렇게 적어놨다”고 잘못 보고한 이유를 밝혔다.

김 청장은 “간이상황판을 경찰 정보관이 촬영해 해경 정보관에 알려줬고, 이것이 서해해경청을 통해 본청으로 전달됐다. 본청에서 상황보고를 맡은 직원이 사실 확인 없이 중대본에 나간 담당 과장에게 전화한 것이 오류로 이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녹취록에는 사고 현장에 선체에 들어가 구조할 수 있는 구조대원이 도착했는데도 대기만 한 정황도 담겼다.

119중앙상황실은 오후 1시쯤 해경 본청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우리 헬기가 현장에 2대 도착을 했고, 수난구조전문요원들이 다 탑승을 하고 있다. 배안에 요구조자가 있으면 바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에선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할뿐 별도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의 의전에 집중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녹취록에는 본청 상황실이 오전 11시43분 제주청에 전화를 걸어 “해수부 장관이 현장 가신다는 것 알고 있나. 어차피 유류수급하러 무안공항 간 김에 태우고 오라. 장관 편성 차 간다고 이동한다고는 얘기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돼 있다.

오전 9시54분 통화에서는 인천서가 해경 본청 상황실과 “저희가 직접 구조임무보다는 청장님 입장할 수 있게끔 준비 하라는 것입니까” “예”라는 대화가 담겨 있다.

우 의원은 “현장 구조중인 헬기를 급유 핑계로 의전용으로 빼돌리고 거짓말까지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사진 이동희 기자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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