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1998년 차범근-2014년 홍명보, 대우는 ‘달라도 너무 달라’

‘닮은 꼴’ 1998년 차범근-2014년 홍명보, 대우는 ‘달라도 너무 달라’

기사승인 2014-07-03 11:27:55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결국 유임됐다.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질책은 달게 받겠다”면서도 “홍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홍 감독이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나고서 사의를 표명했다”며 “하지만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 경험을 거울로 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달라고 홍 감독을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 유임이 결정되면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차범근 현 SBS 해설위원이 회자되고 있다. 성적이나 경기 내용 등은 같지만 이후의 대우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차 위원은 1997년 1월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차범근호(號)’의 기세는 대단했다.

1차 예선을 3승 1무로 가볍게 통과한 대표팀은 시드 배정을 받고 일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와 조를 이뤄 최종예선에 나섰다.

대표팀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누르고 일본 도쿄로 향했다. 9월 28일 차범근호는 일본 축구의 심장부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2대 1 역전승을 거두며 5만여명의 일본 관중을 침묵시켜 버렸다. 지금도 축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도쿄대첩’이 바로 이 경기다.

6승1무1패라는 화려한 예선 성적을 안고 프랑스에 입성한 대표팀에 거는 기대는 대단했다. 월드컵 첫 승은 물론 16강 진출도 가능해 보였다. 네덜란드, 멕시코, 벨기에와 한 조에 편성됐다. 네덜란드는 아니더라도 멕시코, 벨기에는 해 볼만한 상대로 여겼다.

첫 경기인 멕시코 전에서 하석주의 프리킥 선제골로 앞서 나간 대표팀은 이후 3골을 연달아 내주며 1대3으로 완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와 경기에서는 0대5로 참패했다. 객관적 전력 상 한 수 아래인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경기 내용이 너무 참담했다.

홍명보호가 두 번째 경기인 알제리 전에서 4골을 내주며(2대4) 진 것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당시 차 감독은 이 경기가 결정적 계기가 돼 홀로 귀국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축구협회 조중연 기술위원장은 기술위원회를 열어 차 감독을 해임했다. 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도중 경질된 건 처음이었다.

침울한 표정으로 공항에 도착한 차 감독은 “어떻게 책임을 지겠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그래서 이렇게 왔지 않느냐”며 짜증 섞인 대답을 하기도 했다.

16강이 물 건너 간 한국은 감독 없이 치른 벨기에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대1로 비기며 1무 2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당시 국민들은 수비수 이임생의 ‘붕대 투혼’에 감동을 받았고, 안 좋은 성적을 안고 귀국한 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냈다. 일부 선수들은 한동안 예능프로그램 섭외 1순위가 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1무 2패의 부진한 성적은 같았다. 보여준 경기력도 비슷했다. 하지만 차범근호는 감독 혼자 짐을 쌌고, 홍명보호는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차범근호는 마지막만큼은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홍명보호는 공항에서 엿사탕 세례를 받았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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