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5월 일어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마구잡이식’ 징계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고 순간 피해를 최소화 한 대응으로 박원순 시장이 칭찬했던 기관사도 주의·경고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메트로노동조합(노조)은 반발하고 있지만 시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4일 시에 따르면 감사관은 지난달 30일 서울메트로 감사관실에 추돌사고 관련자 48명 중 6명 중징계, 18명 경징계, 24명 주의·경고 지시를 내리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팔 부상까지 당하면서까지 대형참사를 막은 후속열차 기관사 엄모(46)씨까지 징계 대상이 되면서 승무원 조합원을 중심으로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매체에서 주의·경고도 경징계에 포함된다고 나온 건 사실과 다르다”며 “경징계에는 불문경고·견책·감봉 1,2,3개월이 들어간다. 따라서 엄 기관사는 징계 대상까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엄 기관사는 사고 당일 신호 오류로 뒤늦게 적색 신호를 확인했지만 기본 제동 장치뿐만 아니라 매뉴얼에도 나와있지 않은 보안제동을 함께 걸어 시속 15㎞ 상태에서 자신이 몰던 후속열차를 선행 열차와 추돌하도록 했다. 엄 기관사가 보안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후속열차가 약 70m를 더 진행해 열차가 완전히 찌그러져 사망자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박 시장도 여러 자리에서 엄 기관사를 칭찬했고 국가기관에서 나온 조사원들도 엄 기관사가 더 큰 사고를 막았다고 인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난 건 올해인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메트로 안전방지처에 소속된 직원들까지 징계 대상에 들어갔다”고 격앙했다.
노조 측은 또 서울시가 경찰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박 시장 취임 하루 전 무더기 징계 지시를 내린 것에 유감을 표했다.
노조 관계자는 “징계 내규를 그야말로 탁상에 앉아서 해석했다. 신호시스템의 오류를 인정해 기술본부장이 사퇴하고 사장도 불명예 퇴진한 마당에 이런 징계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할 순 없다“며 “재심 청구와 감사관 면담 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엄 기관사는 사고가 일어나기 10분 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교대를 한 상태였다. 이때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행선표시기 상황을 보며 주의 깊게 운행했다면 애초에 추돌 자체가 안 일어났을 수 있다. 따라서 업무 인계를 한 전 근무 기관사와 인수한 엄 기관사도 주의·경고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1년과 2013년에 신호 오류에 대한 민원이 메트로 ‘안전신문고’에 접수됐었다”며 “이에 당시 직원들에게 적절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총 477명이 다쳤고, 3명은 아직도 입원 중인 대형사고라는 점도 감안됐다”고 덧붙였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