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에 진입하자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혁신형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약사들이 파이프라인을 정비하고 연구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제약강국 진입이 백일몽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약사 스스로가 전문인력 부족, 내수 타깃의 혁신성 부족 등에 대한 문제점을 타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개발 신약 중 25% 매출 '제로'
지난해까지 국산신약 실적을 보면 매출 100억원이 넘는 소위 블록버스터급 품목은 3개에 불과하다. 보령제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동아ST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일양약품 항궤양제 놀텍이 각각 209억원, 117억원, 105억원, 의 처방액을 달성했다(IMS헬스, 놀텍은 재무제표 기준).
또한 지난해 출시한 종근당의 듀비에를 제외하고 밀리칸 등 4개 품목의 실적은 전무하며, 나머지도 대체로 저조한 실정이다
◇"정부에 큰 기대 마라"
이런 상황에 대해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 개발의 주역인 이화여대 약학대 김대기 교수는 "신약개발은 정부 정책보다 제약사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작 신약을 개발하는 주체는 제약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을 타깃으로 한 신약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 시장규모는 전 세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내수시장만을 염두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수반되는 돈과 시간을 감안하면 신약개발 흉내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의 인력 규모는 몇 만명 수준이다. 그 고급인력들의 인건비라도 뽑으려면 글로벌 신약이 나오지 않고선 유지될 수 없다"며 "국내에서 카피제품만 만드는 것은 구멍가게를 하는 것밖에 안 되며, 내수용 신약개발 역시 회사가 크게 성장 할 수 있는 모멘텀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제약사가 살아남으려면 신약개발을 해야 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며, 경영진은 지금 상황에서 안주하려 하지 말고 인식을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이 수출을 위해 판을 깔아놓은 것이 아니며, 제약사 스스로가 구체적인 개발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전무는 "PIC/S 자체가 여기저기서 반복해 논의되는 게 이상하다"며 "PIC/S는 우리나라가 상호 인정할 수 있는 규격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제화 된 표준을 삼았다는 것이지 기업을 위해 판을 깔아준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신약을 위해서는 제약사 스스로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머나먼 여정이 이어지겠지만 기업 상황에 따라 라이센싱 아웃을 통해 단기적인 성과를 거둔 후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립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이제 시늉만 내는 '무늬만 신약개발'하던 시대는 갔다"라며 "내가 갖고 있는 게 뭔지 빨리 파악하고 언제 뛰어야 하며 어떤 파트너를 만나야 할지 분석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단기성과 내며 장기적 흐름 이어가야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34차 종합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신약개발 역량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식약처 이선희 의약품심사부장은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제네릭을 만드는데, 테바나 이런 곳을 보면 품질 등을 잘 갖춰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며 "혁신 신약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발에 10년 이상 걸리는 글로벌 혁신 신약은 지속적으로 개발하되,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특히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도 제네릭과 복합제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며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하나둘 씩, 단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방영주 임상시험센터장은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량은 정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멀었다"라고 평가했다. 신약개발 리스크가 커지면서 화이자도 아스트라제네카를 M&A 하겠다는 판국에 글로벌까지 갈 수 있는 규모의 회사가 국내에는 없다는 분석이다.
또 수많은 벤처들이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큰 회사에 넘어가 개발되는 것이 현실이며, 미투 제품이 아닌 퍼스트 인 클래스를 만들 능력은 아직 모자라다고 꼬집었다.
◇전문인력 키워야 개발시간 단축
특히 R&D 마인드를 갖고 있는 과학자, 전문인력의 부재를 가장 큰 숙제로 꼽았다. R&D에서 연구자의 역할은 돈 다음으로 중요한데, 좋은 화학물질을 만들면서도 의사, 약학자와 소통할 수 있는 소양을 가진 전문가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그는 "생물학자, 약학자와 대화하는 역할을 맡는 연구자가 필요하며, 연구자가 이런 역할을 하면 신약개발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이봉용 연구본부장은 "선플라주 이래로 듀비에까지 20개 신약이 나왔는데, 전 세계에서 신약을 이렇게 꾸준히 낼 수 있는 나라는 다섯 군데 미만일 것"이라며 "단지 부족한 것은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재주가 없고,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못 만들고 내수 로컬용을 만든 것이 우리의 한계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 년에 한두 개라도 꼬박꼬박 신약을 창출한다는 관점에서는 미래가 긍정적이지만, 불행히도 시장규모는 작고 수출도 아직 2조원도 안 되는 규모이기 때문에 이런 국면을 벗어나려면 글로벌 진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했던 미투전략이나 베스트 인 클래스 전략보다 퍼스트 인 클래스 전략이 필요하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인력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하며 특성화대학원 등을 확대하고, 해외 인력을 영입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T&G생명과학 전용관 대표는 "인력보다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며, 회사도 거대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고 있는데 뛰라고 하면 안 된다. 메시도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트레이닝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해 2017년까지 세계 10대, 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큐키뉴스 제휴사 / 김지섭 기자 jskim@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