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홍명보 사퇴는 꼬리 살짝 자른 것” 축구협에 직격탄

김호 “홍명보 사퇴는 꼬리 살짝 자른 것” 축구협에 직격탄

기사승인 2014-07-11 16:04:55

“홍명보 대표팀 감독, 허정무 대한 축구협회 부회장 사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꼬리 몇 ㎝ 자른 것밖에 더 되겠나. 몇 ㎝도 안 된다.”

김호(70)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수뇌부를 맹비난했다. 김 전 감독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매번 성적이 나쁘면 지도부만 바뀌는 이런 행태는 옳지 않다”며 “협회는 지원이나 행정 등 운영을 더 슬기롭게 하며 서포트해야지 군림을 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 감독이 본 한국 축구의 문제는 홍명보도 허정무도 아니었다. ‘원흉’은 따로 있었다.

그는 “축구협회가 30년 가깝게 모든 행정을 잘못해서 한국 축구의 풀뿌리를 다 망가뜨려 놓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진행자가 “축구계에도 ‘고인물’ 혹은 일종의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김 전 감독은 수긍했다.

축구도 윗사람들이 문제였다. 김 전 감독은 ‘그들’이 수준 미달의 인사들을 뽑아 협회 곳곳 자리에 앉혔다고 했다. 그는 “지금 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이 고등학교 지도자들이 많이 있다”며 “그 사람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대표팀 감독을 뽑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 수뇌부의) 말을 잘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하기 편한 외부 인사들로 자리를 채우는 부조리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졌다”며 “이걸 바꾸려 해도 투표권을 그 사람들이 갖고 있기에 축구인들은 어쩔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성토했다.



20년 전인 1994년 미국월드컵 국가대표팀을 이끈 김 전 감독은 어느덧 축구인생 50년을 맞았다. 그런 김 전 감독이 축구협회에는 “10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단다. 그만큼 축구계 원로들이 협회에 발 디딜 틈이 없다는 것이다. 끼워주지도 않고,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안고 사퇴한 홍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홍 감독이 아마 가장 어린 나이에 감독이 됐을 것”이라며 “일찍 등용시켜 잘할 수도 있었지만, 못했다고 이렇게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면 안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재충전해서 자기 명예를 걸고 다시 한번 국가에 이바지하기 바란다”며 홍 감독을 격려하기도 했다.

물론 부족함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감독은 “국내 시합에서 진통을 겪으며 커가야 하는데 홍 감독은 그런 과정을 너무 안 거치고 온 게 패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확고했다. 짧지 않은 인터뷰에서 많은 발언이 나왔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지금 우리 축구계는 사람을 다 바꿔서 새로운 틀을 짜지 않고서는 힘들 겁니다. 하지만 지도자를 바꿔서 되는 건 아닙니다. ‘행정하는 분들’이 스스로 들고 나와야 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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