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디(god)가 컴백한대.” 긴가민가했다. “윤계상(36)도 합류한대.” 귀를 의심했다.
2002년 12월 돌연 탈퇴를 선언하고 배우의 길로 나선 그가 다시 팀으로 돌아와 새 앨범을 발매하고 콘서트까지 함께 연단다. 팬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월 8일 선공개곡 ‘미운오리새끼’에 이어 지난 1일 ‘하늘색 약속’이 나왔을 때까지도 그랬다. 그러던 8일 정규앨범 8집이 정식 발매됐다. 14번 트랙까지의 전곡이 정말로 다섯 명 목소리로 채워졌다. 그리고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는 반가운 인사가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지오디입니다.”
이제야 실감을 한 팬들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카드섹션으로 화답했다. 1만4000여 관객 한 명 한 명의 손에 들린 카드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안녕. 참 오랜만이지.” 다섯 멤버가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앨범인 5집의 타이틀곡 ‘편지’ 도입부 가사다.
공연은 윤계상의 참여 외에도 특별한 의미가 하나 더 있었다. 1999년 1월 데뷔한 지오디의 1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라는 점이다. 타이틀도 ‘지오디 15주년 기념 콘서트(god 15th Anniversary Reunion Concert)’다. 15년을 함께 울고 웃었던 팬들과 12년 만에 다시 만난 자리였다.
지오디도 팬들도 적잖이 떨렸을 것이다. 하지만 ‘길’ ‘0%’ ‘프라이데이 나이트(Friday Night)’ 등 익숙한 노래들이 이어지자 신기하게도 어느덧 마음이 편안해졌다. 공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태우(33)는 “음악의 가장 큰 힘은 지난 추억을 현재로 돌리는 것”이라며 “(공연을 통해) 옛날로, 10년 전으로 같이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다들 함께 추억에 젖어 2000년대 초반으로 되돌아 간 듯 했다.
물론 조금은 달라진 점도 있었다. 예전만큼의 화려한 춤사위를 다시 보긴 힘들었다. 딸 둘을 둔 아빠 김태우와 40대에 접어든 박준형(45)은 더욱 힘겨워했다. 데니안(36)과 손호영(33)도 온 몸을 적시도록 흠뻑 땀을 흘렸다. 오랜만에 무대에 선 윤계상은 잔뜩 긴장을 해 가사를 몇 차례 틀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습들이 더 정다웠던 건 왜일까.
공연은 ‘어머님께’ ‘거짓말’ ‘촛불하나’ 등 지오디의 히트곡들과 ‘우리가 사는 이야기’ ‘새터데이 나이트(Saturday Night)’ 등 신곡들이 조화롭게 배치됐다. 공연 중간 브레이크 타임은 추억을 되살리는 재미난 영상들로 채워졌다. 쉴 새 없이 함께 웃고 즐기는 사이 두 시간 반여의 공연시간은 훌쩍 흘러가버렸다.
앙코르 순서 ‘하늘색 풍선’으로 한껏 흥이 고조됐을 때 윤계상의 깜짝 편지가 공개됐다. 멤버들도 몰래 준비한 것이다. 그간 그의 속마음을 담은 진솔한 얘기에 멤버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일순간 공연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팬들도 함께 눈물을 훌쩍이며 무대위에서 부둥켜안은 다섯 남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공연 끝인사를 하며 데니안은 “우리 할아버지 되고, 여러분 할머니 될 때까지 계속 같이 노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과 팬으로 만난 이들에게 가능한 얘기일까? 지오디는 이미 세월의 힘에도 끄떡없다는 걸 증명했다. 이 말이 의심스럽지 않은 이유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