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광주 도심에 추락한 소방헬기는 이상 징후가 나타난지 1분 만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광주 비행장에서 이륙한 이날 오전 10시 49분부터 추락 시각인 오전 10시 53분까지 레이더 상에서 두 차례 이상 징후가 확인됐다.
관제를 담당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추락하기 1분 전인 오전 10시 52분 사고 헬기가 지상에서 700피트(210m) 아래로 저공 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기수를 올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사고 헬기는 700피트 이상으로 기수를 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저공 비행했고, 1분 만인 오전 10시 53분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측은 레이더에서 기체가 사라지자 경찰과 소방서에 사고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1분간 이상 징후가 나타났는데로 기체를 올리지 못한 점 등으로 봤을 때 기체 결함 가능성을 시사했다.
목격자들도 헬기가 멀리서 날아올 때부터 낮게 날고 있었으며, 추락 직전 4∼5초 정도 프로펠러 굉음을 내며 선회하다가 기체 앞부분부터 꼬꾸라지듯 추락했다고 전했다.
조종사가 탈출이 아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애 쓴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헬기가 아파트와 학교를 피해 인적이 드문 곳에 추락했기 때문이다. 사고 헬기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 바로 옆 도로에 추락했으나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헬기 탑승자 외에 확인된 인명 피해는 다리에 부상을 당한 여고생 1명이다.
이 관계자는 “비행기나 헬기 조종사들은 평소에 비상 상황 발생 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며 “비행 중 기체 이상이 발생했고 정해진 항로에서 약간 벗어난 것을 보면 일부러 인적이 드문 지점으로 추락을 유도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관제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헬기가 이륙해 레이더에서 정상 식별됐다”며 “관제사 지시에 따라 3600피트로 상승했다가 갑자기 고도가 계속 떨어지더니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관제사가 비상 주파수를 이용해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