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지난 2월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린 이가 있습니다. 이름도 잊히지 않네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입니다.
소트니코바는 대회전에는 큰 기대를 얻지 못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인 김연아(24)와 그의 라이벌로 꼽힌 아사다 마오(24·일본)의 대결이 볼거리였지요.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8)가 기대주였고, 러시아에선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가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은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습니다. 개운치 못한 우승이었지만요. 쇼트 프로그램 점수도 후했지만 프리는 판정 기준 자체가 애매했습니다. 어떤 점프는 착지가 불안정했는데 감점이 없었고, 다른 점프에선 중심을 잃었지만 가산점까지 받았습니다. 김연아는 프리에서 클린 연기를 펼쳤음에도 그보다 6점 가까이 낮은 점수였죠.
우려했던 ‘홈 텃세’였을까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신에서도 심판 판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연아보다) 내 연기가 더 수준이 높았다”며 “내 프로그램에 더 어려운 기술이 있었고 난 그걸 잘 해냈다”고 당당하게 받아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시 빙판위에 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점프 한번을 성공하지 못하더군요. 지난 19~21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더 아이스 2014’(LOTTE presents THE ICE 2014)’에서 말이죠.
소트니코바는 담담한 표정으로 갈라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초반엔 좋았습니다. 유려한 스텝 연결을 선보였죠. 하지만 첫 번째 점프를 뛰는 순간, ‘휘리릭’ 몇 바퀴 돌기 무섭게 엉덩방아를 ‘꽝’ 찧었습니다. 바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갔지만 두 번째 뛰었을 땐 회전 시도조차 못하고 그대로 내려왔습니다. 마지막 점프는 착지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두 팔로 공중을 허우적대다 겨우 균형을 잡았죠.
점프뿐이 아닙니다. 스파이럴도 엉망이었습니다. 이 기술은 한쪽 다리를 엉덩이 위로 올린 채 나머지 한쪽 날로만 빙상을 가로질러야 하는데요. 소트니코바는 들어올린 다리를 잡고 우왕좌왕했습니다.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지 이제 겨우 5개월여 됐나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네티즌들을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해당 영상이 올라온 JPTV 유튜브 계정 댓글창엔 “올림픽 챔피언이 맞나” “역사상 최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라는 비난과 비웃음들이 가득하더군요.
소트니코바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뒤이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한 건 이례적입니다. 대신 러시아 대표선수들과 일본에서 열린 ‘챔피언쇼’에 참가했는데요. 이제는 아이스쇼마저 쉽지 않아 보이네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