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위암으로 투병하던 가수 겸 배우 유채영씨가 24일 41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늘 밝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며 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있습니다.
서울 신촌 연세대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는 전날에 이어 25일에도 동료 연예인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마지막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심정으로요. 고인의 곁을 끝까지 지킨 배우 김현주씨는 임종부터 줄곧 유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동료들이 빈소를 찾고 있습니다. 유재석과 김종국, 박준형-김지혜 부부, 임창정, 김경식, 정종철, 정가은, 백보람, 신봉선, 윤기원, 라미란 등이 발걸음을 했고요. 25일 새벽에는 이경실, 박미선, 송은이, 김지선, 권진영 등의 개그우먼들과 노홍철, 정준하, 김구라, 사유리, 하리수-미키정 부부 등이 빈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소식을 전해 들으며 한 가지 의아하진 않으신지요.
조문객들의 사진이 없습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장례식이라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으시죠. 장례식장에 대포 같은 사진기를 들고 우르르 몰린 사진기자들. 그리고 쏟아지는 슬픈 표정의 조문객들 사진입니다. 근데 이젠 사라졌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2011년 5월부터 나왔습니다. 당시 고 송지선 아나운서가 23일 갑작스럽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취재진이 몰렸는데요. 이를 두고 비판여론이 제기되면서 기자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SG워너비 출신 가수인 고 채동하씨가 4일 뒤인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그의 빈소에는 글이 하나 붙었습니다.
17년차 사진기자 한 명이 더 이상 연예인 조문객을 찍지 말자고 제안한 겁니다. 이 공지에는 “빈소 내 스케치는 전체 사진기자 풀로 빈소가 차려진 첫째 날만 진행하고, 모든 매체 사진기자는 빈소 풀 취재를 제외한 유가족, 조문객을 취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다만 발인은 매체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취재하도록 정해졌지요.
이후에는 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KOPA)가 주도적으로
관련사항을 진행해나갔습니다. 협회에서 주관해 사진을 찍고 제공할 것을 사진협회 등과 협의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유가족과의 조율부터 현장정리까지 전반을 협회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채영씨 장례식에 전체적인 전경 정도만 담긴 빈소 사진이 ‘사진공동취재단’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3년째 지켜지고 있는 약속이 참 고맙습니다. “장례식까지 쫒아가 취재하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오명을 조금씩 덜어낼 수 있을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