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며칠 전에 개봉하지 않았나?’
영화 ‘명량’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는 불과 5일만에 476만 관객(3일 기준 집계, 4일 발표)을 모았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매진사례에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당초 ‘군도’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섣부른 판단이었습니다. 명량은 일주일 앞서 개봉된 군도의 누적관객수(447만명)를 벌써 제쳤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위인입니다. 왜의 침략에 맞서 23차례 해상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끈 명장이기도 하죠. 그를 소재로 삼은 점은 탁월했습니다. 더군다나 영화에서는 명량해전을 다뤘습니다. 단 12척의 배로 왜선 330척(당대 기록은 130척)을 물리친 통쾌한 승리였지요. CG의 힘을 빌어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되살려낸 전투 장면은 보는 이들을 짜릿하게 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선 “장군님 감사합니다” “이순신 장군님 최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또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라는 말들이 이어지더군요. 한국영화 흥행 키워드인 ‘애국심’을 제대로 녹여낸 겁니다.
마음으론 경외하지만 다소 잊고 지냈던 이순신 장군을 재조명한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분위기를 살피니 우려스러운 점이 보입니다. 영화로 인해 한껏 고조된 ‘애국심’은 작품에 대한 내용 이외의 문제제기조차 반기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전반부가 지루하다” “장면 전환이 어색하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댓글엔 비공감이 ‘우르르’ 달립니다. 반면 누군가 호평어린 반응을 적으면 공감수는 수십, 수백개를 기록합니다. 암묵적으로 영화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에 갇히면 생각도 막히게 됩니다. 아직 영화를 접할 관객들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얘기 나눌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명량의 천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혹자는 1500만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합니다. 이 흥행의 회오리가 어디쯤에서 멈출지 궁금해집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