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감동으로”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블루레이 품질논란 친절 피드백

“소통은 감동으로”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블루레이 품질논란 친절 피드백

기사승인 2014-08-05 14:44:55
봉준호 감독이 메일에 첨부한 인증 사진. 해당 커뮤니티(dvdprime) 캡처.

[친절한 쿡기자] 감동은 작은 데에서 옵니다. 잔뜩 화가 났다가도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풀어지기도 하지요. ‘답답한 상황에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을 겁니다. 봉준호(45) 감독의 편지 한 통에 많은 영화 팬들이 감동한 것처럼요.

봉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03)는 지난달 10일 블루레이와 DVD 타이틀로 출시됐습니다. 6종류의 다른 구성으로 선보인 타이틀 가격은 4만~6만원. 낮지 않은 가격이지만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출시 한 달여 전부터 진행된 예약 판매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구매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블루레이 타이틀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죠. 관련 커뮤니티인 디브이디프라임(dvdprime.com)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은 “화면 밝기가 본편과 다르다”는 데 모아졌습니다.

일부 영화 팬들은 앞서 출시된 프랑스판과의 비교 캡처 컷을 올리며 한국판이 더 밝다고 지적했습니다. 밝기 문제뿐 아니라 화면상 약간의 뭉침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몇몇 구매자들은 “화면 문제 때문에 그냥 프랑스판을 구매해야겠다”고까지 하더군요.

이에 해당 커뮤니티의 한 회원 조모씨는 이런 의견들을 종합해 봉 감독에게 메일로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뒤 봉 감독에게 답신이 왔습니다.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세심하고 성의 있는 답변이 장문의 글에 담긴 겁니다.

봉 감독은 먼저 “답신이 늦어 죄송하다”며 “요즘 ‘해무’ 개봉과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제품을 며칠 전에 받아보아 이제야 상황정리를 할 수 있었다”고 양해부터 구했습니다.

그리고는 블루레이·DVD 작업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봉 감독은 “출시사로부터 처음 받은 디스크는 암부가 너무 진하고 뭉침 현상이 있어 디테일들이 많이 희생되는 상황이었다”며 “회사 측에 요청해 개선된 버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암부가 약간 밝아진 두 번째 버전으로 최종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지요.

봉 감독은 구매자들 의견을 들은 뒤 직접 테스트에 나섰답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스크린과 프로젝터로 재생해본 것이죠. TV화면으로도 확인했다네요. 한국판과 프랑스판 각각 따로요.

테스트 결과 봉 감독은 “두 버전이 약간 차이가 있지만 양쪽 다 영화를 감상하는 데 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을지 모르니 관련 업체들과 추가적으로 세밀하게 파악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끝으로 모든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사과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봉 감독의 부탁대로 조씨가 이 글을 커뮤니티 올리자 다른 회원들은 크게 감동했습니다. 댓글에는 “이렇게 정성들여 답변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빠른 피드백, 대답합니다. 추천!”이라는 등의 호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회원은 “진정성 있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봉 감독님은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라며 감탄했습니다. 다른 회원은 “관객, 소비자와 소통하는 모습 최고입니다. 각계의 모든 소위 ‘전문가’들이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되네요”라고 적었더군요. 제품의 흠에 속상해했던 마음들이 눈 녹듯 녹아내린 모습입니다.

작품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여러 군데에서 드러납니다. 작품 자체에 ‘흠뻑’ 담길 수도, 혹은 외적인 부분에서 느껴질 수도 있지요. 자신의 영화를 아껴준 관객들의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이는 모습. 결국은 영화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요? 보기가 좋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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